검찰 선거개입 우려에도 쌓이는 고소·고발..."수사 정쟁화 우려"

2022-02-16 13:56
고소·고발 남발 막기 위한 '제3자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검찰에 고소·고발 사건이 쌓이고 있다. 상대 대선 캠프를 겨냥해 시민단체와 후보진영의 공세가 수사기관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검찰로선 자칫 정쟁의 도구로 자신들이 악용되지 않을까 신중모드를 취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남소(濫訴)에 대해 법 개정을 통해 민생 사건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및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허위 해명을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지난해 총 30개의 윤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한 고소와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권민식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대표는 "대선 후보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고발장을 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정 인물에게 악감정을 갖고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한 달에 평균 4건 꼴로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장을 냈다. 박 지청장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성남FC 구단주 시절 연루됐다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의도적으로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기관에 들어오는 고소·고발장이 각하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수사에 착수하도록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선거 정국에서 상대편을 압박하거나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형사 고발이 남발된다는 분석이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법 위반에 대한 고소·고발은 시민단체 역할이긴 하나, 때로는 근거 없는 이유로 고소·고발을 하는 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고발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대로 된 수사 못 하는데...고소·고발 난무

대선 후보들은 대선일인 다음 달 9일까지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없다. 공직선거법 11조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 이후부터 개표를 마칠 때까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현행 범인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각 후보 관련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면서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 후보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넘칠수록 민생사건 처리는 지연될 수밖에 없어 남소 방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각 대선 후보에 대한 고발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3자 명예훼손'이 많다. 명예훼손은 현행법상 반의사불벌죄다. 그러나 해외 등에서는 명예훼손죄를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두고 있어, 제3자가 타인의 명예훼손을 대신해 고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선거철 반복되는 남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제3자에 의한 명예훼손 고발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명예훼손죄는 오래 전부터 형사처벌을 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며 "반의사 불벌죄에서 친고죄, 더 나아가 민사 문제로 돌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