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톺아보기] 영화 같은 순간…시청자 열광한 장면들

2022-02-12 06:00

쇼트트랙 1500m 정상에 오른 황대헌.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중국의 도 넘는 텃세, 편파 판정, 빙질 문제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스포츠 스타들의 '올림픽 정신'은 빛났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순간들을 짚어본다.

지난 2월 6일 한국 루지 대표 임남규 선수의 마지막 레이스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루지 남자 1인승 경기 3차 시기에 나선 임남규는 59초 538을 기록했다. 1, 2차 시기의 기록을 모두 단축하며 선전했지만, 상위 20명에게만 주어지는 최종 레이스 출전권은 아쉽게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1, 2, 3차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자신의 기록을 차례대로 단축하며 가장 빠른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치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감동을 배가시켰다. 

대회 사흘째인 2월 8일에는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을 웃게 한 것은 피겨 스케이팅 종목이었다. 남자 싱글 쇼트 경기에 출전한 차준환은 무결점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한 동시에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남자 싱글 올림픽 4위에 랭크,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체 선수 중 23번째로 나선 차준환은 점프는 물론이고 스핀, 그리고 완벽한 표정까지, 흠잡을 곳 없는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고 총 99.51점을 기록하며 프리 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이시형 역시 실수는 있었지만, 올림픽 첫 데뷔 무대를 무사히 치렀고, 앞으로의 발전을 더욱 기대케 했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중인 차준환.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김민석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에 첫 메달을 안기는 기쁨을 누렸다. 11조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한 네덜란드 키엘드 나위스와 함께 경기를 치른 김민석은 인코스에서 스타트를 했다. 초반 300m를 지난 이후 스퍼트를 내기 시작한 김민석은 결승선까지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 1분44초24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민석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스피드 스케이팅 1500m 종목에서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같은 종목에 출전했던 박성현은 1분47초59를 기록, 개인 최고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자신의 올림픽 첫 데뷔 무대를 무사히 완주했다.

여기에 루지 여자 1인승 경기에서도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독일 출신의 아일린 프리쉐가 값진 도전을 마쳤다. 아일린 프리쉐는 1차부터 4차시기까지 합계 4분284를 기록, 19위를 차지했다.

스노보드 남녀 평행대회전에 출전했던 이상호, 김상겸, 정해림 역시 의미 있는 도전을 마무리했다. 16강 진출권을 따내지 못한 김상겸과 정해림에 이어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상호는 8강전에서 0.01초 차로 준결승 진출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포츠 정신을 발휘, 끝까지 온 힘을 다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향한 격려가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2월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였다. 이날 황대헌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앞서 중국의 편파 판정, 텃세 등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는 '세계 최강' 실력을 여과 없이 뽐내며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1000m 경기에서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이자 편파 판정으로 억울하게 결승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던 대한민국. 이에 다시금 의지를 다진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준준결승, 준결승, 그리고 결승전까지 아웃코스를 활용해 선두에 안착, 처음부터 편파 판정의 여지를 주지 않는 우월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 [사진=연합뉴스]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는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를 비롯한 10명의 선수가 경합을 펼치는 유례없는 경기가 펼쳐졌다. 원래 6명의 선수가 결승전에 오르게 되지만, 준결승에서 4명의 선수가 어드밴스를 받으면서 10명이 출전하게 된 것. 이 때문에 더욱 치열한 몸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우려되었지만 단 한 명의 실격도 없이 모두가 레이스를 완주하며 올림픽다운 진검 승부를 펼쳤다. 황대헌은 2분9초2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지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월 10일 열린 피겨 스케이팅 남자 프리 경기에서 차준환이 최종 순위 5위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차준환은 가장 마지막인 4번째 조에 편성, 그중에서도 3번째로 경기를 치렀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차준환. 첫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점프, 스핀,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기술점수 93.59점, 예술점수 90.28점, 감점 1점으로 총점 182.87점을 기록했다. 앞서 열린 쇼트 경기에서 99.51점을 기록, 자신의 최고 점수와 대한민국 최고의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던 차준환은 프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부문에서 개인 최고점을 기록,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웠던 올림픽 최고 기록(15위)을 다시 한번 경신하며 올림픽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쇼트트랙 최민정 결승 진출 [사진=연합뉴스]

2월 11일 열린 쇼트트랙 준결승도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 명경기였다. 먼저 쇼트트랙 최민정이 여자 1000m 결선에 진출했다. 이유빈은 아쉽게 탈락했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준결승에서 조 3위로 골인했다. 2조에 배정된 최민정은 3바퀴째에서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았다. 마지막 바퀴 경합 속에 결승선 앞에서 발을 뻗어 2위를 노렸지만, 간발의 차로 3위로 기록됐다. 다행히 조 3위 선수 중 기록이 좋은 선수 1명이 결선에 갈 수 있다는 규칙에 따라 결승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어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5000m 계주가 치러졌다. 이날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조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황대헌과 곽윤기, 김동욱, 이준서로 꾸려진 남자 대표팀은 11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헝가리, 네덜란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경쟁해 조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스타트와 함께 1번 주자 황대헌이 선두에 자리를 잡고 레이스를 이끌었고, 곽윤기와 김동욱, 이준서가 차례로 순서를 이어받아 안정적으로 스케이팅을 펼쳤다. 특히 마지막 주자 곽윤기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를 노리다 노련하게 인코스로 들어가 선두를 꿰차면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짜릿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환호하는 쇼트트랙 곽윤기.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