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올림픽 정신 어디에?" 중국 편파 판정에 뿔난 네티즌

2022-02-09 00:00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어리둥절한 전 세계 시청자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정신은 어디 갔죠? 이럴 거면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해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이후 한국 시청자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과 장구, 상모돌리기부터 쇼트트랙 등 편파 판정, 중국 언론의 도 넘은 비난·막말 등으로 매일 분노하고 있는 것.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는 두 차례 황당한 심판 판정이 벌어졌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간판 황대헌(강원도청)과 기대주 이준서(한국체대)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나란히 탈락한 것. 황대헌은 1조에서 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황대헌이 선두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판정을 내리고 실격 처리했다. 대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리원룽은 2위로 올라가 런쯔웨이와 함께 결승에 직행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전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박승희 해설위원은 "믿을 수 없는 판정. 아무런 방해가 없는 플레이였다"라며 "리원룽은 홀로 중심을 잃었고, 오히려 황대헌이 제치는 과정에서 리원룽이 손을 썼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결승 2조에 출전한 이준서도 페널티를 받고 탈락했다. 그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심판은 경기 도중 헝가리 리우 샤오앙과 접촉했고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고 판정했다. 이준서의 실격, 탈락으로 중국 3위였던 우다징이 2위로 올라서며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 2명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하고 이들을 대신해 중국 선수 2명이 결승에 오르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결승에서는 헝가리의 류 샤오린 산도르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레이스 도중 받칙을 지적받고 실격당해 중국 선수 두 명이 나란히 금메달, 은메달을 가져갔다. 그러나 거친 몸싸움으로 반칙을 벌인 건 오히려 중국의 르쯔웨이였다. 그는 결승선 앞에서 류 사오린의 팔을 잡아당기며 먼저 들어가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중국 선수들의 몸싸움에는 침묵했다. 

중국의 도넘은 행태에 전 세계가 들끓었다. 미국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편파 판정이 도를 넘었으며 중국 런쯔웨이 선수가 사올린 샨도르 류(헝가리)를 양손으로 밀쳤음에도 우승했다"라고 비판했고, AP통신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controversial) 결승전이다. 런쯔웨이가 사올린 샨도르 류를 잡았는데, 심판진은 오히려 사올린 샨도르 류에게 페널티를 줬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누리꾼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4년 동안 심판 매수, 반칙 기술을 준비했구나"(네이버 아이디 rkd*****), "자기들끼리 하지 다른 나라는 왜 불렀나? 이것도 올림픽이라고"(네이버 아이디 vid*****), "쇼트트랙 심판은 안과에 가야 한다"(트위터 아이디ls****) 등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이번 올림픽' '체육대회' '올림픽 정신'이 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편파 판정'을 항의하고 비판하는 이들을 되려 공격하기도 했다.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데 거침없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RM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황대헌의 경기 영상와 '엄지 척' 이모티콘을 게재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벌떼 같이 달려들며 방탄소년단 공식 계정에 악성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또 중국 언론 시나스포츠는 "이 노인(심판)은 어떤 것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적절하게 판단을 내려줄 것만 같다"라는 등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기사에 실으며 심판을 치켜세우고, 해당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 선수단, 쇼트트랙 판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국 선수단은 이번 쇼트트랙 판정을 두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대한체육회는 "8일 오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윤홍근 선수단장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CAS에 관련 사항을 제소하기로 했다"라며 "이번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해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우리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쇼트트랙 심판 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제소 결정은 그동안 피땀 흘려 노력한 우리 선수들과 국내에서 들끓는 편파 판정에 대한 국민감정 등을 고려했다. 심판 판정이 국제 스포츠계 지지를 받을 수 없고,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국제연맹과 국제 심판들과의 관계 역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제소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돼온 한국 선수들에 대한 판정 논란과 불이익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