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운 칼럼]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상충을 초래하는 회사행위(Corporate Action)"
2022-02-14 07:00
자본시장은 구조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공시제도 등이 비대칭성으로 인한 시장의 불공정성이나 비효율성을 완화시킨다. 또 시장에 참여하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 또는 문화를 통해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를 보전해야 한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에는 근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물적분할뿐만 아니라 외견상 그렇지 않아 보이나 실질적으로 이해상충을 야기하는 회사행위들도 있다.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보유한 비상장회사와의 합병, 인적분할 후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주식교환, 대주주의 상속 및 증여 상황, 조건부 CB, BW, RCPS 등 준 지분증권의 발행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회사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것으로 대주주는 피해가 없거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나 소액주주는 갑작스러운 기업가치의 이전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근간에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물적분할의 경우 모회사의 주가가 급작스럽게 하락하여 소액주주들의 이해를 해치게 된다. 사실 근본적인 기업가치평가나 M&A 시 평가의 경우엔 모회사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시장 특히 상장시장에서의 주가 형성은 투자기관들의 포트폴리오(Portfolio) 전략상 모회사 주식 대신 사업 자회사의 주식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모회사주식에 대한 매도세를 형성하게 된다. 분할된 사업 자회사의 성장전략으로 기업가치가 커진다 하더라도 모회사에 대한 반영률은 분할전보다 낮아 모회사 주가회복은 한계가 있다. 이해상충이 명백한 경우이다.
다른 예로,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회사를 상장회사와 합병시키는 경우, 비상장회사의 가치평가가 높을수록 대주주는 이득을 보게 된다. 반면, 상장회사의 소액주주는 합병비율상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더구나 대주주는 상장회사의 지분을 매각을 통해 이전 비상장회사 지분의 일부를 현금화하려는 경우 오버행(overhang) 이슈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한다.
또 한 예로 대주주가 상속이나 증여의 시기에 있을 경우 세금을 줄이기 위해 대상 회사의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동기가 발생한다. 특히 비교대상 기업들에 비해 각종 지표상으로 현저히 저평가 되고 있고 대주주가 상속증여 의도가 있는 경우 그러한 대주주/회사의 행위는 소액주주의 이해와 상충된다. 대주주나 회사의 주가관리가 현행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다양한 기술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슈화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조건부 지분증권(CB, BW, RCPS 등 준 지분증권)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일반 차입과는 달리 지분 전환권이 있다. 전환가격에 대한 리픽싱(Refixing) 조항이 있는 경우 기존 주주에 대한 지분 희석(Dilution)효과는 더욱 커진다. 여기서 대주주의 실질적인 특수관계자에게 발행하거나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라면 소액주주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근본적으로 아이디어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에 언급한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은 회사의 행위에 의해 벌어지는데 회사의 행위는 이사회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부여한다면 좋은 해소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회사와 소액주주가 사전에 원활한 소통을 통해 회사는 행위 목적을 실현하는 한편 소액주주는 이해상충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회사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이 상기의 이해상충 행위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분석하여 이러한 소통을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공제회, 자산운용사 등의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의견표명은 그 중에서도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적 발전측면에서 시장의 양적확대에 발맞추어 질적 개선이 필요한 바, 소액주주의 이해에 상충하는 회사행위는 제도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재고, 보완돼야 할 시점이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