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위협에 대응하겠다는 EU, 한국 수출도 변화기류

2022-02-09 17:28

유럽연합(EU)이 제3국의 경제적 위협으로부터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위협에 대한 보복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대(對) 유럽 수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 브뤼셀지부가 9일 발표한 ‘EU 통상위협대응 규정(안) 핵심내용 및 시사점’에 따르면 EU 집행위가 최근 발표한 ‘통상위협대응 규정(안)’은 다른 국가가 EU 및 회원국에 경제적 위협을 가할 경우 △해당국의 상품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조달 △금융서비스 등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대응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규정안은 제3국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EU가 취할 조치를 2단계로 명시하고 있다. 1단계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그럼에도 위협이 지속될 경우 2단계인 대응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규정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상소기구 마비로 인한 분쟁해결 효율성 및 구속력 약화로 EU차원의 독립적인 통상위협 해결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마련됐다. 즉 유럽에 위협을 가하면 전 유럽이 공동으로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의결조건은 가중다수결이며, 긴급 상황일 경우 의결 없이 EU 집행위가 즉각 보복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대응조치를 제3국 정부뿐만 아니라 연관된 개인 및 단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경제제재의 성격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이 유럽에 통상위협을 가할 경우 중국을 통해 유럽에 수출하는 한국에도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최근 서구권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규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EU의 태도는 우리 기업의 대 유럽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협은 단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적용 범위는 넓지만 한국이 EU와 마찰을 빚지 않는 이상 해당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또 EU가 대응조치 전에 외교적으로 분쟁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서구권과 척을 질 가능성도 낮다.
 
다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제3국과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제3국을 통해 우리 기업이 수출을 하게 된다면 통관이 거부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EU의 간접적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외교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언제라도 협상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빛나 무협 브뤼셀 지부장은 “한국이 EU로부터 보복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 있는 만큼 우리 수출기업들이 예상치 못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해당 조치의 EU 입법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입법 조치가 완료된 후에는 EU가 취하는 보복조치 국가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