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기억하세요, '온·기물·오·자생'
2022-02-08 05:00
최근 논란이 된 'RE100'이나 'EU택소노미'라는 용어를 대선 후보가 알아야 하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환경 이슈는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제법적으로 얽혀 있는 아주 중요한 국가적 문제다.
'온·기물·오·자생'.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과 물의 지속 가능한 보전, 오염 방지·관리, 자원 순환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줄인 말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한다는 탄소중립을 향한 국가의 환경 비전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의 6대 환경 목표 골자다. 유럽연합(EU)과 국제 동향을 준용해 지난해 12월 만든 것이다.
시대 흐름을 읽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개인과 기업 모두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시대 흐름을 아는 것, 시대 운명을 파악하는 것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는 것이다. 이 시대 운명은 'ESG와 디지털'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회사 경영 전략 키워드로 ESG를 꼽는다. 인텔은 지속 가능한 사회적 책임(S)을 다할 것을 먼저 선포하고, 나아가 기후대응의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글로벌 공정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RE100)과 에너지·탄소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기업들 불만도 많다.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 환경 관련 금융 공시에 대한 태스크포스(TCFD), 탄소 공시 프로젝트(CDP), 지속 가능 주제에 대한 회계기준(SASB) 등 글로벌 ESG 평가사들의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평가기준이 난립해 있어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지난해 11월 설립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ESG 공시기준을 만드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촘촘한 장치가 필요하다. 9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운용자의 ESG 의무를 더욱 구체화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이 ESG와 충돌하는 문제가 있자 ERISA 수탁자 투자 결정에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부수적 이익 규정을 명문화했다.
1987년 유엔 산하 위원회는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미래 세대 필요를 훼손하지 않으며 현세대 필요를 충족시키는 이 둘의 균형 발전'이라고 지속 가능성을 정의했다. 특히 보고서 공식 제목에 '경제와 환경 간 균형'을 언급하며 경제적 성장과 환경 보호, 사회적 형평성 각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이 클레이튼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ESG 평가 때 세 가지를 합쳐서 분석하는 것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고 모호하다며 반드시 E와 S, G를 따로 떼어서 평가하라고 했다. ESG가 서로 대체 불가능하니 통합하기보다 분리해서 측정·평가하라는 것이다. 친환경인 것처럼 꾸미는 그린워싱이나 위장 ESG를 막기 위해서다. 이처럼 E가 S나 G를 대체할 수 없다.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의 리더라면 시대 흐름에 관한 구체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 특히 2030 미래 세대를 향한 환경을 포함한 ESG에 관한 철학이 확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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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미국 듀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기업가정신 전공·워싱턴대 로스쿨 미국법 전공, 국회 사무처 산하 법인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 서울혁신파크 운영법인 미래도시환경연구원 특임연구위원, 한국M&A협회 전문위원, 세계에너지포럼(WEF) 고문,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 고문, 전 국회 정무위원장실 총괄 정책비서관, 전 법무법인 로고스 수석전문위원(입법자문· ESG 부문·미국법·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