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발 공포…글로벌 경제 연초부터 '가시밭길'

2022-02-06 15:14

글로벌 경제가 미국 긴축발 공포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월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1.93% 수준으로까지 뛰면서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반영했다. 게다가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는 예상 밖의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4일 지난 한 달 비농업 일자리 수가 46만7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높아지고 있지만, 고용 위축에 대한 우려는 준 셈이다. 연준의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시장이 보는 이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65% 이상의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연준이 5회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긴축에 박차를 가하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은 없다며 선을 그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유로존 1월 인플레이션에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정말 달라졌다"면서 "유로존의 물가 상승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앞서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신흥국들은 이미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금리 조정에 들어갔다. 신흥국들보다 더 안정된 국가인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12월 7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4년래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긴축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인 브라질의 중앙은행은 지난 3일 지난해 이후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각국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JP모건체이스 경제학자들은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이 크게 늘어 전 세계 평균 금리가 올해 말까지 2% 수준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5일 밝혔다. 이들은 현재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하고 있지만, 4월까지 이 비율은 절반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이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도입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주요 7개국(G7)들의 대차대조표 합계가 올해 중반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AP·연합뉴스 ]

아디티야 비하브 뱅크오브아메리카 경제학자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으며, 대차대조표 축소에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코로나 동안 금융시장을 부양한 풍부한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는 올해 들어 약 5% 하락했다. 미국  회사채 시장도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회사채 가격 하락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회사채 하락에 대비한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려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라고 지적했다. 국제스와프 및 파생상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채무불이행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널리 사용되는 신용디폴트스와프 지수의 거래액은 지난 1월 19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2월의 1230억 달러보다 늘어난 것은 물론,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정책입안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긴축 정책의 정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는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JP모건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줄어들고, 오미크론 변이가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서비스업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임금과 물가가 서로의 상승세를 이끌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급망 차질 등 통화 정책 외에도 여러 요소가 물가를 높이고 있는 만큼, 섣불리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오히려 경제 회복이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