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채 시장도 긴장…"금리인상 여파 커질 것"

2022-02-06 13:14
투자자들 회사채 급락 대비한 파생상품에 몰려

미국 회사채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주식을 넘어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긴축으로 선회를 분명히 했다. 유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커졌다. 이 와중에도 회사채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는 회사채 금리 역시 뛰면서 가격 하락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회사채 하락에 대비한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려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FT는 지적했다. 

국제스와프 및 파생상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채무불이행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널리 사용되는 신용디폴트스와프 지수의 거래액은 지난 1월 19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1230억 달러보다 늘어난 것은 물론,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다. BNP파리바의 빅토르 조르트 글로벌신용전략책임자는 "시장이 연초보다 훨씬 더 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이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까지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문제는 긴축이 빨라질수록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식과 회사채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사채 시장은 연초 주식시장의 급락에도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스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위험도가 높은 정크 본드와 미국 국채의 금리 차는 오미크론의 우려가 급증한 지난해 12월 수준보다 아직 높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파생상품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신용에도 더 큰 균열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짚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르트 글로벌신용전략책임자는 신용 사이클이 바뀌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금융 환경은 더 이상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CDS 지수 외에도 신용 옵션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 역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하는 것을 반영한다. 곧 계약이 만료되는 신용 옵션이 상승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가격 하락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고수익 채권을 사들이는 펀드에서는 4주 연속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한 달간 빠져나간 금액은 110억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18일 하이일드 거래소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만 13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20년 2월 이후 최대 일일 유출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커져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신용디폴트스와프 지수의 순포지셔닝(매수 지수와 매도 지수의 차이)을 봐도 역시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크게 기울었다. 시티의 전략가인 캘빈 비니트와타나쿤은 "이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줄이고 헤지를 추가한다는 신호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