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규제 '디지털 세뱃돈'에도 영향… "'훙바오 전쟁' 열기 식었다"

2022-02-04 15:30
올해 주요 빅테크 훙바오 마케팅 규모 지난해보다 줄어

[사진=바이자하오]

해마다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두고 펼쳐지는 중국 빅테크(대형기술기업)의 ‘훙바오(紅包)전쟁’ 열기가 올해는 다소 시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의 훙바오 규모가 작년에 비해 줄었으며 소비자 관심도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다.

훙바오는 중국어로 빨간봉투라는 뜻으로 세뱃돈을 의미한다. 춘제 때 붉은색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주는 중국 전통에서 비롯됐다.

중국 빅테크의 훙바오 전쟁은 지난 2014년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세뱃돈을 송금하는 훙바오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부터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공짜로 뿌리는 돈을 모두 훙바오라 부르는데, 최근 몇 년간 각 업체들은 매해 훙바오 액수를 늘리며 경쟁을 펼쳐왔다. 

그런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바이두, 징둥닷컴, 콰이서우, 바이트댄스가 뿌린 훙바오 규모는 84억 위안(약 1조59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00억 위안 이상이었던 규모에 비해 크게 축소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알리페이가 5억 위안, 콰이서우가 22억 위안, 바이트댄스가 20억 위안, 바이두가 22억 위안을 제공하기로 했고, 텐센트는 아예 올해 훙바오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SCMP는 올해 훙바오 마케팅 규모가 축소된 이유를 ▲빅테크 간 훙바오 경쟁 심화로 인한 사용자의 피로도 증가 ▲모바일 인터넷 산업의 성장 둔화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강화로 꼽았다.

실제 지난 2018년부터 훙바오 이벤트에 참여해왔다는 진씨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각 플랫폼의 복잡해진 규칙 때문에 훙바오 이벤트 참여를 중단했다”고 토로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훙바오 찾기 이벤트가 더 어렵고 복잡해지면서 이에 피로감을 느낀 셈이다.

펑씨도 지난 2019년 춘제 때 이벤트에 참여하려다가 계좌 개설과 은행정보 입력 등 인출 과정이 복잡해 포기했다며 “단지 몇 위안을 얻기 위해 그 과정을 거치는 게 어렵다”며 “각 업체들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했다.

SCMP는 모바일 산업 성장 둔화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 증가율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각 업체들이 훙바오 규모를 늘리는 일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의 정부 공개 비판 직후부터 반독점, 금융 안정, 소비자 정보 보호 등 여러 명분을 앞세워 인터넷 기업을 향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메이퇀, 디디추싱 등 중국의 빅테크들은 극도로 위축됐다.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외형적 성장세가 급속히 약화했고 창업자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