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PF유동화증권 급한불 끄더라도 크레딧 위험 '첩첩산중'

2022-02-02 14:42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후폭풍이 HDC현대산업개발의 PF유동화증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크레디트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 HDC현산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어 현산의 신용 위험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HDC현산은 올 1분기 1조2346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도래한다. 보통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증권을 발행해 차환(Roll-Over)하는데, 만약 차환이 어려워진다면 기업은 보유한 현금을 활용하거나 다른 자본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인 융통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차환이 어려워져 자금 보충이 현실화한다면 유동성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착공 전 단계'인 PF유동화증권 익스포저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HDC현산의 PF유동화증권 총액은 1조9828억원인데 이 중 58.5%에 해당하는 1조1602억원이 '착공 전 단계' 사업장 관련 PF유동화증권이다. 분양 작업이 완료된 사업장이라면 분양대금으로 PF유동화증권을 상환하면 된다. 하지만 분양 전에는 어렵다. 

선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HDC그룹은 현금성 자산과 보유 부동산에 기반한 대체자금 조달력이 있지만 이번 사고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HDC현산의 유동화증권이 차환발행구조가 아닌 만기일치구조로 발행된 탓에 유동성 측면에서 불리한 면도 있다. 

이세찬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만기일치 구조는 금리조건이 장기보다 단기가 낮을 경우 조달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신용보강을 제공한 시공사가 차환발행 위험을 부담해야 하므로 시공사의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F유동화증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번 주 신용평가 3사는 일제히 HDC현산의 신용등급을 부정적(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부정적(하향) 검토는 3개월 안에 부정적 요인을 반영해야 할 때 부여된다. 6개월에서 2년 내외의 긴 기간을 두고 부정적 요인을 모니터링할 때 부여하는 부정적 전망과 비교할 때 기간이 상당히 짧다. 즉, 신용등급상 부정적 변화가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3사는 공통적으로 △사고 현장 관련 원가 및 비용 부담 △브랜드 평판과 수주경쟁력 저하 가능성 증가 △분양사업 일정 지연 등으로 인한 매출가변성 증가 등을 지적했다. 

성태경 한기평 연구원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사고는 철거 중에 발생했지만 이번 사고는 시공 중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해 브랜드 인지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특히 주택 부문 의존도가 높은 HDC현산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주택 브랜드 평판 훼손은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