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결정 방식 놓고 격해지는 샅바싸움...설 직후 '우유 대란' 터지나
2022-01-31 17:00
정부 "소비자 감소에도 가격은 상승"
낙농단체 "원유 납품 중단 고려 중"
낙농단체 "원유 납품 중단 고려 중"
우유 가격 개편 방안을 놓고 정부와 낙농업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원유(우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유제품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자 원윳값 결정 체계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낙농업계는 농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개편안이라며 설 연휴 직후 집단 공급 거부로 맞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우유를 찾는 소비자는 매년 줄고 있지만,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흰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이 26.3㎏으로 1999년 24.6㎏ 이후 가장 적었다. 반면 지난 20년간(2001~2020년) 우유 가격은 72% 올라 ℓ당 1083원이 됐다. 미국(491원)과 유럽(470원)의 우유 가격과 비교해보면 배 이상 높다.
정부는 2013년 도입한 '생산비 연동제'를 8년 만에 수술대에 올려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원유를 흰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음용유는 지금과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되 가공유는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운용 중이다.
정부 "생산비 연동제 문제 있어...용도별 가격 차등화하자"
현재 원유 가격은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생산비 연동제'로 결정한다. 2013년 구제역으로 낙농업계가 피해를 보자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 원리로 정해진다. 그러나 연동제 도입 이후 수요 변화와 관계없이 우윳값이 결정돼 원유 가격이 계속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역시 시장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가격 결정 체계로 고질적인 생산 과잉을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당장 원유 가격 결정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우리나라 유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는 유럽연합(EU)·미국 등에서 들어오는 치즈와 우유에 적용되는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하고 매년 단계적으로 차등가격제를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차등가격제 첫해에는 음용유 190만t과 가공유 20만t을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가공유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차등가격제로 개편한 이후 낙농가의 소득이 줄지 않도록 우유 업체들이 더 많은 가공유를 구매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차등가격제가 자리 잡으면 농가당 소득이 현재 1억6187만원에서 1억6358만원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낙농업계 "소득 감소 우려...납유 중단 고심 중"
반면 낙농업계는 소득 감소를 우려하며 정부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낙농가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데다 가축사육제한정책으로 원유 생산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강행할 경우 납유 거부 포함한 생존권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정부와 유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 추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정부가 물가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행정 권력을 동원해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 추진을 필두로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정부안을 전면 수정해 낙농가를 위한 올바른 낙농제도 개선이 반드시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사룟값 폭등과 조사료 수급 대란이 동시에 발생하고 우유 감산세가 지속하는 속에서도 정부가 원유가격 연동제를 폐지하고 낙농가 쿼터 삭감을 위한 정부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설 연휴 이후 집행부 회의를 통해 납유 중단을 포함한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