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올해 은퇴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현지언론이 2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현 연방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6월말 대법관직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 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는 한 직무를 이어가는 종신직이다.

올해 83세는 브라이어 대법관이 자리를 비우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가지게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연방대법관의 공석이 생길 경우 흑인 여성을 후임에 임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약속이 이행될 경우 미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다. 

 
그러나 새로운 대법관 임명에도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수·진보 지형에는 변화가 없다. 대법관 9명 중 보수와 진보 성향이 6대 3으로 보수가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동안 3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관에 흑인 여성을 임명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계속 이야기 해왔으며,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후임에는 브라이어 대법관을 돕는 재판연구원 출신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이번에 퇴임하는 브라이어 대법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4년 지명해 28년째 연방대법관을 지냈다. 이어 낙태 권리와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지지하는 중요한 판결문을 작성하는 등 진보적인 판결을 이끌온 인물로 손 꼽힌다. 또 성 소수자 권리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사형의 합헌성에도 의문을 제기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