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좌담회] 잔치는 끝났다··· "기업·PE 자금조달, 예년보다 위축될 것"
2022-01-26 08:53
올해는 이같은 '돈잔치'가 재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주경제 신년 지면 좌담회에 참여한 김이동 삼정KPMG M&A센터장(부대표),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IS실 실장은 올해 자본시장이 전례없는 호황을 지나 내실을 다지는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봤다.
주요국의 긴축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자금 여건은 예년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과 함께 증시 성장세가 꺾이면 M&A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수 대금을 외부에서 조달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들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에 민감하다.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는 "금리상승에 따른 명목 기대수익률의 증가로 기업이나 사모펀드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전에 비해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대부분의 투자자나 금융기관들이 자산 확대보다는 위험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므로 통화팽창기에 비해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기업의 투자 전략이나 M&A 시장 전반의 위축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으로 PEF의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미소진 펀드 자금) 규모가 여전히 큰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흐름도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삼정KPMG M&A센터장 김이동 부대표는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고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 또한 절실한 상황"이라며 "기업과 PEF 모두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올해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꼽혔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IS실 실장은 "ESG는 이제 투자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필수요소 중 하나"라며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필두로 주요 연기금이 ESG 투자를 본격화하며 당분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자본시장의 투자 분위기는 어떨 것으로 전망하나.
김이동 부대표 = 기업과 사모투자 펀드 모두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고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 또한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해외 기업 투자가 더욱 활발해지리라 예상한다. 사모펀드들 역시 경영권 인수뿐 아니라 크레딧, 메자닌, 부동산, 인프라 등 전방위 투자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석 대표 = 글로벌 전반의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는 금리인상 및 통화긴축 등으로 자본시장 대부분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므로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자리 잡으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경기회복을 기반으로 우상향 곡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송태준 실장 = 국내 채권 시장은 전반적인 위축이 예상된다. 공사채를 제외한 은행채, 회사채, 여전채 등은 모두 순발행 감소가 점쳐진다. 특히 올해는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조기긴축 우려 등 대외변수가 시장변동성을 키우며 발행 및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만한 섹터가 있다면.
김이동 부대표 = ESG는 꾸준히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인프라성 투자가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에너지효율, 재활용기술, 탄소포집, 수소기술 등 테크(tech) 기업이 투자대상으로 조명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와 같이 안전을 위한 장비 및 제품 시장, 웹소설과 웹툰 등 콘텐츠들도 주목받을 것이다. 단순한 콘텐츠 판매를 넘어 팬덤 커머스, 메타버스 서비스로 확장이 가능하다.
김희석 대표 = 코로나19 단기 극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단가인상, 투자확대가 예상된다. 고정비 비중이 크고 생산능력(CAPEX) 확대가 예상되는 반도체, 에너지 기타 시클리컬(cyclical) 업종이 주도주가 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반도체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송태준 실장 = ESG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년 성장하고 있다. ESG채권(SRI채권)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기준 처음으로 1조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성장했으며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40% 증가한 9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부터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주요 연기금이 ESG 투자를 본격화할 태세에 있어 관련시장은 당분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한 곳에만 투자할 수 있다면? ①데이터센터 ②클라우드 ③플랫폼 ④ESG ⑤금융사 ⑥전기차 ⑦암호화폐 ⑧반도체 ⑨강남 아파트 ⑩소비재 ⑪해운·조선 중 택해 달라.
김이동 부대표 = ESG다. 다만 대상이 글로벌 ESG 흐름과 맞고 자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곳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분해 혹은 포집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 혹은 수소 포집 및 연료화 기업 등이다.
김희석 대표 =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수요는 향후 수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설치 요건이 까다롭고, 한번 완성되면 비용 및 이전 가능성이 낮아 장기투자대상으로 적합하다. 향후 수년 간 유망한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태준 실장 = 신용도의 안정성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해운 업종이 유망하다. 공급망 병목현상은 올해도 쉽게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 매우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넉넉해진 곳간 덕분에 내년부터 강화되는 탄소배출규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처한 가장 큰 경영환경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이동 부대표 =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을 추종하는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 빠른 기간 산업화를 이룬 한국으로서는 처음 겪는 상황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 인수,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가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2차전지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합작회사(JV)를 세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희석 대표 = 최근 2~3년간 한국 기업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여 통화긴축과 금리인상에 취약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예년보다 활성화되기 어려워 보여 부채비율 관리와 자본확충이 화두가 될 것이다. ESG 경영의 내재화도 큰 과제로 보인다. 특히 사회(S)와 지배구조(G)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솔루션을 찾아갈 것인지 고민이 많은 영역이다.
송태준 실장 = '위드 코로나'가 올해 경영계 화두라고 본다. 백신접종과 치료제 보급으로 점진적 경영환경 개선이 기대된다. 기술집약도가 높은 반도체, 2차전지 등 하이엔드 기술 중심의 투자 확대가 예상되며 '콘택트 산업'에 속한 대면 서비스업도 제한적인 반등이 예상된다.
◆한국금융이 처한 가장 큰 금융환경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송태준 실장 = 금리인상이다. 이번 인상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통제해 온 금리 수준을 원상 회복시키는 의미가 있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몇 차례 인상되고도 남았을 금리가 2년 간 유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기 때문에 왜곡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여신전문업에 대한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
김이동 부대표 = 화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암호화폐가 등장해 인정받기도 하고 그 자체가 거래되면서 또다른 자산으로서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다. 또 실물 형태의 화폐 개념도 변했다. 이런 가운데 관련 기업 인수합병, 특정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메타버스와의 연계, 핀테크 기업의 등장 등 여러 투자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사모펀드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예년과 비교해 어떨 것으로 보는지.
김희석 대표 = 금리상승에 따라 명목 기대수익률의 증가로 기업이나 사모펀드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전에 비해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투자자나 금융기관들이 자산확대보다는 위험관리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므로 통화팽창기에 비해서는 자금조달 여건은 위축될 것이다.
김이동 부대표 =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이 저하된 전통산업은 자금 모집이 어렵고, 성장성 있는 분야에는 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있다. 한편 PB센터를 중심으로 모이는 개인투자자 자금도 큰 규모로 늘어나 최근 대체투자 영역으로 확대 움직임을 보이며 자문사나 자산운용사 등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송태준 실장 = 조달환경이 극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리는 아직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며 유동성 회수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VC들의 성장 사례에서 보이듯 시장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다만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일부 조달시장 위축은 감수해야 한다. 비용 측면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며 '묻지마 투자'가 서서히 '선별적 투자' 기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최근 M&A 물건들의 가격이 오르며 사모펀드들이 자금을 조달해 인수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김이동 부대표 = 기관투자가(LP)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이라면 사모펀드도 충분히 베팅할 수 있다. 다만 그 근거가 (인수합병 이후) '기업 간 시너지'라면 사모펀드가 가격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미니스톱을 인수한 롯데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희석 대표 = 저금리 기조로 인한 레버리지 효과로 M&A를 포함해 전반적인 자산가격의 무차별적인 상승이 있었다. 긴축과 금리상승 기조로의 전환으로 인해 전반적인 자산가격 상승세는 꺾일 것이다. 다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상태이므로 안정적 현금흐름이나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을 필두로 대기업들이 투자기업 형태를 보이는 모습이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는가?
김이동 부대표 = 과거와 달리 최근 대기업 경영진들은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경영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기존 사업과 연계되지 않더라도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면 투자를 실행하며, 이는 사모펀드와 유사한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삼정KPMG 역시 지난해 전문 임직원으로 구성된 M&A센터를 발족해 운영하며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딜을 발굴하고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은 물론 센터 회의를 통해 논의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김희석 대표 = 현금 여력이 풍부한 기업들의 투자기업화는 이미 성장전략의 확고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필요한 가치사슬(value chain)을 조기 구축하는 것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이미 검증되었다. 이런 흐름은 금리 상승이나 통화긴축 등 금융환경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진행될 것이다.
송태준 실장 = 최근 국내 굴지 그룹들이 투자기업 형태를 보이는 것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이를 위한 소요 재원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채권시장 최대 발행사(issuer)로 자리잡은 SK그룹은 (채권 발행 이외에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의 분할 및 상장, 비상장사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소요에 대응하고 있다. 바이오, 배터리 부문에서도 다양한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4차산업 위주로 먹거리 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막대한 자금과 위험부담을 기존 방식(인수금융, 채권발행)만으로는 부담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투자기업화 현상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