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환율·물가·금리 3高 쓰나미...소주성은커녕 실질소득 하락한 채 文임기 끝"

2022-01-17 08:00
정부, 14일 당·청 압박 끝 71년 만의 '1월 추경' 발표
한국은행, 같은 날 기준금리 0.25%p 인상해 1.25%
당·정·청의 재정 및 통화정책, '미스매치' 보이는 셈
전 세계적 고물가 우려↑..."유동성 확대 자제해야"
'신3高' 추가상승 전망..."文정부 소주성 역설인 셈"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은 것." 정부가 지난 14일 여당과 청와대의 압박 끝에 71년 만의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확정했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수준(1.25%)으로 되돌렸다. 이 같은 당·정·청의 재정·통화정책 '미스매치'(부조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16일 "완전히 반대 방향"이라며 혹평을 내놨다.

본지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가상으로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한 경제 전문가 6인(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특히 '전 세계발(發) 긴축 쇼크'가 다가오는 와중에 벌어진 재정·통화정책 엇박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소상공인·방역 지원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청, 액셀·브레이크 같이 밟은 꼴"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우리도 전 세계적 추세에 맞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이라며 "그런데 한쪽(한국은행)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한쪽(정부)에서는 돈을 더 풀면 (자동차)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도 "국내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완전히 반대 방향"이라며 "어떻게 해서든지 (두 정책 간) 조화를 맞춰서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정책 효과를 최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한쪽에서는 금리 올리고 한쪽에서는 추경을 편성한다니까 서로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전 세계적으로 통화 당국이 (정책 기조를) 정상화하는 단계"라며 "한국 통화 당국도 물가 상승 우려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추경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추경 편성이 국내 주가지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점쳤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도에 40.17포인트 내린 2921.92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국가 부채가 자꾸 늘고 있고 재정 악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최근 주가지수가 계속 떨어지는 이유"라며 "추경을 또 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이 낙제점이라는 데 대해 이견이 없었다. 김태기 교수도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이 낙제"라고 일축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문재인 정부가 여러 정책 수단을 썼지만 그 수단이 경제를 일으키는 쪽으로 작용한 게 아니다"라면서 "출발점도 틀렸고 성과도 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광우 이사장은 각각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상당히 좀 기대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추경을 편성하는 이런 모습이야말로 그간 좋지 않았던 (경제 정책) 평가를 더 나쁘게 만드는 길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재정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필상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불안하고 민생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방만한 예산 중 불급한 것은 조정해서 쓰는 재정정책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14일 오후 인천 중구 꿈베이커리에서 인천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정 부실→국가신인도 하락→경제 불안"

이들은 또한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을 확정한 데 대해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국회에 '대대적 증액'을 요구했고,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100조원 추경안 편성을 위한 여야 8자 회담을 촉구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현재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는 고물가"라며 "고물가 상황에서 굉장히 자제해야 할 일은 통화든 재정이든 유동성을 더 푸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 예산을 팽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야가 불과 한 달 전 올해 예산안을 확정 지었다는 점에서 재정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교수는 "3년 연속 1분기 추경 편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추경은 기본적으로 편성된 예산을 사용하다가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을 때 편성을 하는 게 맞는데 (1분기 추경은) 사실상 그냥 본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며 "사실상 재정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강성진 교수도 "예산을 도대체 어떻게 책정했길래 3, 4분기도 아니고 매해 초반에 (추경을) 하느냐. 더군다나 코로나는 2년 내내 유행했는데 이에 대한 예측도 못 하느냐"며 반문했다. 더불어 "세수 잉여가 생겼으면 국채를 발행해 빚 져놓은 것을 갚는 데 먼저 써야 하는데 그저 쓰기에 바쁘다"고 꼬집었다.

이필상 교수도 "올해 예산안의 잉크도 안 말랐을 시점에 또 추경을 편성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논리적이지 않다. 더욱이 올해 새로 편성한 예산이 608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의 팽창 예산이라는 점"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도와줘야 한다면 방만한 예산 중에서도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등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국가 부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만약 국가 재정이 부실해져서 국가신인도가 떨어진다면 경제가 상당히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경 편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일부 의견도 존재한다. 이정희 교수는 "상반기부터 추경을 하는 것은 사실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상황 자체가 정상은 아니지 않으냐.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반기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위한 노력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뉴욕 매장에서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폭이다.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高물가, 서민 사다리부터 걷어찰 것"

다만 추경 편성으로 '신 3고(高)'를 형성한 환율·물가·금리의 추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김태기 교수는 "원자재 가격은 이미 얘기가 나왔고 전기, 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은 올라갈 요인이 많은데 (정부가) 다 눌러놓은 것"이라며 "(대선 이후) 시장 가격과 연동시킨다고 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 또한 "대선이 하나의 분기점으로 작용해 대선 이후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경제 회복에 있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인플레이션인데 문제는 올 한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이 꼬인 경제를 풀어가는 게 첫 도전 과제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

전광우 이사장은 "지금 대선 후보들이 대개 공약으로 돈을 더 푸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으냐"며 "전기요금도 대선 끝난 다음에 올리려고 하고 있고 이 같은 물가 압박 요인이 훨씬 더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전 이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적자 재정을 이어오는 마당에 초과세수가 들어왔다고 해서 돈을 풀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짚었다.

강성진 교수는 "환율과 물가는 이미 상승 중이고 더 오를 가능성도 다분하다"며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정부가 정책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이필상 교수도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교수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 이후에 상당한 물가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실질 구매력과 실질 소득은 사실상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정도"라고 우려했다.

결국 추경 편성으로 인한 환율·물가·금리의 추가 인상으로, 문재인 임기 막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역설'이 실현되는 셈이다. 이필상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이 떨어지니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같이 따라오르면서 가계부채도 불안해질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 소비를 늘려서 투자를 활성화시킨 다음에 일자리를 만든다는 얘기인데 논리 자체가 제대로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고물가 대응 정책, 즉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정책이야말로 가장 서민을 보호하는 정책"이라며 "고물가의 피해는 서민부터 온다. 자본을 갖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면 상품가격을 올리는 등 방법으로 나름대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제한된 수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 없어서 제일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 이사장은 "기본소득이든 뭐든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서는 고물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이 바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강성진 교수 역시 "소득주도성장 방법론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김태기 교수도 "진작에 역설로 드러났다. 성장은 없었고 오히려 후퇴만 있었다", "승자는 없어진 것"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