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0% "노동법에 경영 발목"…새 정부 1순위 과제는 '중대재해법'

2022-01-17 07:19

우리나라 노동법이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105개사 응답)한 결과, 한국의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60%에 달한다고 17일 밝혔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9%, 별로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최근 몇 년간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도는 ‘주 52시간제’(52.4%)로 나타났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44.8%), ‘중대재해처벌법’(41.9%) 순이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먼저 시행한 후, 지난해 7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했다.

전경련은 주 52시간제가 규모별, 산업별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되면서 산업 현장의 충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거나 독일처럼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근로시간계좌제, 고소득자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올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 부문 현안에서는 ‘최저임금 인상’(38.1%)이었다. 다음으로 ‘정년연장 논의’(35.2%), ‘근로시간면제 심의 결과’(31.4%)가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노사갈등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해석했다. 올해 계속고용제 등 정년연장에 관한 논의부터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재설정하기 위한 심의가 9년 만에 열리는 등 새로운 노동 현안 이슈도 관심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로는 ‘중대재해처벌법’(28.6%)이 가장 높았다. 이어 ‘근로시간 규제 완화’(23.8%), ‘최저임금제 개선’(21.9%), ‘기간제·파견법 규제 완화’(11.4%)가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이달 27일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당시부터 모호한 법률 규정과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을 낳은 것처럼, 법률 모호성 해소와 과도한 처벌 수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외부변수로는 ‘코로나19’(71.4%), ‘ESG 확산’(35.2%), ‘탄소중립’(33.3%), ‘공급망 불안정’(32.4%)이 꼽혔다. 기업들이 올해 인사·노무 중점 방향으로 인식하는 점은 ‘유연근무제 확산’(46.7%), ‘노사관계 안정화’(42.9%), ‘신규 인재 확보’( 32.4%) 순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몇 년간 노동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 안정화에 힘쓰면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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