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험대 오른 형지 2세 최혜원·준호...수익성 회복 과제

2022-01-11 06:00
패션그룹형지 주요 계열사 수년째 수익성 감소 이어져
까스텔바작, 외부인재 영입으로 글로벌 브랜드 도약 박차
작년 흑자전환 앞둔 형지I&C, 브랜딩 강화해 수익 개선

최혜원 형지I&C 사장(왼쪽)과 최준호 까스텔바작, 형지엘리트 사장 [사진=형지그룹]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자녀인 최혜원‧준호 남매에게 올해는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형지I&C(최혜원)와 까스텔바작(최준호)의 대표를 각각 맡아 수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도 오히려 지난 연말 인사에서 나란히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경영 전면에 나서 지금껏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 회복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형지I&C는 최혜원 대표의 취임 첫해인 2016년 매출이 1276억원에 이르렀으나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020년에는 매출액이 761억으로 4년 만에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취임 첫해와 2019년에 각각 4억원을 거둔 것 이외에는 2020년까지 적자가 지속됐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3분기까지 매출 4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고, 영업적자도 이어졌다. 

최혜원 대표는 2008년부터 패션그룹형지 글로벌 소싱 구매팀, 크로커다일레이디 상품기획실을 거쳐 2013년에는 패션그룹형지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2014년에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형지I&C로 넘어와 캐리스노트 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16년부터 형지I&C를 이끌었다.

지난해 6월부터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대표이사를 맡은 최준호 대표의 성과도 신통치 않다. 골프웨어 호황으로 경쟁 브랜드들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사이 '나홀로 부진'에 휩싸인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까스텔바작의 누적 매출은 4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억원에서 12억원으로 79%나 줄어들었다. 

형지 오너가 2세인 최혜원·준호 남매는 올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다.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혜원 형지 I&C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최준호 까스텔바작 사장은 형지엘리트 사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이들은 이번 인사로 경영 보폭을 한층 넓히며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지만, 최병오 회장이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수익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최혜원 대표가 이끄는 형지I&C는 올해 신상품 판매율을 높이고 프리미엄 아울렛과 아마존 미국 판매 확대 등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이익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형지I&C의 대표 브랜드 예작은 고급화를 추구하면서도 디지털 화보와 비즈니스 캐주얼을 앞세워 MZ세대 유입을 확장한다. 여성 브랜드 캐리스노트는 4050대를 타깃으로 온라인 바이럴과 스타일링 클래스 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할 방침이다. 또 유통구조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최준호 대표는 올해 그동안 실무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반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취임 이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브랜딩 작업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 대표 취임 이후 까스텔바작은 패션플랫폼 업계 1위 무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MZ세대를 겨냥한 신규 골프 브랜드 론칭을 논의하고 있다.
 
최준호 대표가 새롭게 이끌게 된 형지엘리트는 올해 B2B(기업간 거래)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스포츠상품화 사업에 진출해 야구단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유니폼과 굿즈 등을 제작, 유통하고 있다. 중국 현지 회사와 설립한 합자법인 상해엘리트를 통해 중국 교복시장에서 프리미엄 교복 수주 영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