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신고서 '3수' 두올물산, '코스닥→K-OTC' 이사가기 만만찮네

2022-01-01 07:44

[두올물산 CI]



두올물산이 최근의 주가 상승이 투자자 입장에서 핵심적인 투자위험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12월 31일 두올물산은 두올물산홀딩스와 진행 중인 합병보고서를 공시했다. 두올물산의 합병보고서는 앞서 금감원이 두차례 반려한 바 있다. 당초 1월 6일이던 합병기일도 18일로 미뤘다.

K-OTC 등록사 두올물산은 지난 12월 16일 첫 합병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이 곧바로 정정신고를 요구했다. 이에 같은 달 20일 다시 합병신고서를 냈지만 또 반려됐다. 

반려 이유는 매번 같았다.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와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하여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라는 게 그 이유다. 

당국이 업체와 합병을 두고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비상장사 두올물산의 합병이 코스닥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안건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상장사는 현재 거래 정지중인 코스닥 상장사 OQP다. OQP는 지난해 8월 25일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사업부를 OQP바이오로 신설하고 투자 및 제조관리 부분은 두올물산홀딩스로 신설했다. 

OQP자회사였던 두올물산은 이 과정에서 두올물산홀딩스의 100% 종속회사로 편입됐으며, 지난 9월 13일 K-OTC에 등록했다.

OQP의 모멘텀은 면역항암제 오레고보맙이다. OQP는 오레고보맙에 대한 권리는 소규모합병을 통해 두올물산에 넘겼다. 이 과정은 소규모합병이라서 금감원의 입김이 없었다.
 

[정리=강현창 기자]



문제는 이번에 정정요구를 받은 두올물산과 두올물산홀딩스의 합병이다.

두올물산 입장에서 오레고보맙은 넘어왔지만 다른 인프라가 넘어오려면 이 합병이 진행되야 한다. 특히 이 합병이 진행되야 기존 OQP의 주주들이 두올물산의 주주가 될 수 있다. 결국 코스닥 OQP가 K-OTC 두올물산으로 이사를 가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당국 입장에서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장사의 주주와 사업이 현재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K-OTC 등록업체로 그대로 옮겨가는 상황이니 투자자 보호에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특히 문제는 두올물산의 주가다. 두올물산은 K-OTC에서 이상 급등현상을 겪으며 당국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지난해 9월 K-OTC 등록 당시 1주당 535원에 시작했던 두올물산의 주가는 지금 9만2900원이 됐다. 그 결과 시가총액이 527억원에서 9조15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1조원 수준이던 K-OTC 전체 시총이 두올물산 하나로 31조원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두올물산의 현재 시총은 정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올물산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05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에 불과하다. 총 자산규모도 130억원에 그친다. 

오레고보맙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애당초 OQP가 올해 3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은 이유가 바이오 사업의 임상실험을 유지할 자금여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오레고보밤은 그간 여러 상장사를 거치면서 임상시험을 진행한지가 10년이 넘은 소재다.

결국 계속된 금감원의 반려에 두올물산은 이번 합병보고서의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지금까지의 두올물산 주가 추이를 밝히고 급격한 주가 변동이 위험요소라고 적시했다. OQP가 코스닥에서 불성실한 공시로 다수의 제재를 받은 사실도 처음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합병 진행 이후 두올물산의 주주 수는 합병 전 778명에서 합병 후 1만1509명으로 증가한다. 코스닥 상장사 OQP의 주주들이 인적분할로 만들어진 두올물산홀딩스를 통해 그대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두올물산은 이번 보고서에서 "동 주주들이 K-OTC 시장에서 거래에 참여하는 경우, 거래 물량 증가로 인한 주가 변동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 점을 투자자들이 유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합병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한편 두올물산이 이런 위험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있는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이 두올물산의 합병을 끝까지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흡수합병은 당국의 인가사항이 아니라 신고사항이기 때문이다. 

인가는 정부가 인정을 해줘야 하지만 신고는 요건에 맞는 신고만 하면 된다. 금감원의 계속된 반려는 요건에 대한 지적이었지 이런 합병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폐결정을 법원이 뒤집어버린 '감마누 사태' 이후 전체적으로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시간동안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을 시도하는 곳이 나온다고 본다"며 "두올물산의 합병에 따른 투자자의 피해와 시장혼란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현재 제도로는 막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