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올물산 '도주' 작전, 금감원 불공정거래 전담부서가 조사

2022-01-11 15:59
제보 등 정황으로 당국서 추가자료 요청
공시심사실이 아닌 조사기획국서 담당

[두올물산 CI]



K-OTC 시장의 대장주 두올물산 합병이 다시 연기됐다. 해당 합병에 대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며 금감원 불공정거래 전담부서가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의 합병은 기본적으로는 요건만 갖추면 진행되는 '신고' 사안이다. 하지만 내용 중에 불공정거래 관련 이슈가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합병 불발은 물론 당사자에 대한 고발이나 제재도 가능하다. 

11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장 마감 뒤 두올물산은 두올물산홀딩스와의 합병에 대해 당초 오는 18일로 예정한 합병기일을 27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연기 이유는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기획국의 자료요청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기획국은 지난 6일 두올물산에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의 회사일반사항과 주요의사결정 업무,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합병, 바이오자산 양수, 최대주주 관련 자료 등을 요구했다. 자료 제공과 그에 따른 조치를 위해 합병 시기를 늦춘 것이다.

보통 합병은 조사기획국이 아니라 공시심사실의 주 업무다. 기업의 합병에 금감원 조사기획국이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사기획국은 자본시장조사1국이 전신으로 주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업무를 진행한다.

취재 결과 현재 두올물산과 관련된 내용은 조사기획국 내 시장정보분석팀이 맡고 있다. 시장정보분석팀은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제보를 처리하는 조직이다. 두올물산 합병에 대해 조사가 필요한 수준의 제보가 접수됐다는 얘기다.

K-OTC 등록사 두올물산과 비상장법인 두올물산홀딩스의 합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합병이 진행될 경우 코스닥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안건이기 때문이다.

두올물산은 현재 거래 정지 중인 코스닥 상장사 OQP의 바이오 사업을 이어받은 곳이다. 그리고 합병 대상인 두올물산홀딩스는 OQP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된 회사로 OQP와 주주 구성이 같다. 두올물산이 두올물산홀딩스와 합병할 경우 코스닥 OQP가 K-OTC 두올물산으로 이사를 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장사의 주주와 사업이 현재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K-OTC 등록업체로 그대로 옮겨가는 상황이니 투자자 보호에 큰 구멍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제는 두올물산의 주가다. 지난해 9월 K-OTC 등록 당시 1주당 535원에 시작했던 두올물산의 주가는 지금 10만5500원이 됐다. 그 결과 시가총액이 527억원에서 10조343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런 급등은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두올물산은 총 9850만6958주로 K-OTC에 등록했다. 등록 이후 지금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1764주에 그친다. 총 81거래일 동안 거래량이 100주에도 못 미친 날이 36일이나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두올물산의 현재 시총은 정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올물산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05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에 불과하다. 총 자산규모도 130억원에 그친다. 

한편 두올물산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21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통해 두올물산에 투자한 금호에이치티의 향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금호에이치티는 현재 두올물산의 전환사채 210억원 규모를 보유 중이다. 해당 전환사채는 보호예수 기간이 없어 지금이라도 청구 금액에 조기상환율(3개월 단위 복리 1.5%)을 곱한 금액의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두올물산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자본금 대비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곳이다. 두올물산의 자본금은 총 98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총 2914억5700만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