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두올물산…합병과 공매도, 무엇이 중할까요

2022-02-23 17:51

[두올물산 CI]


두올물산(현 카나리아바이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올물산은 지난해 9월 장외주식시장 K-OTC에 등록한 뒤 5개월 만에 주가가 500배 오르며 화제가 된 기업입니다. 

단순히 주가가 오른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두올물산을 둘러싼 이슈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합병과 공매도입니다. 그리고 두 이슈는 긴밀하게 맞물려있습니다. 

두올물산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옛 OQP)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시작은 지난해 3월 디아크가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로 거래정지되면서 부터입니다.
 
카매트 회사가 항암제 회사로…결과는 '의견거절'

2월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아크는 지난해 3월 다산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습니다. 항암치료제 관련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에 따른 의견거절을 받은 겁니다.

사연은 복잡합니다. 디아크는 자동차 내장재(카매트)를 만드는 곳이었지만 당시 항암치료제 개발사업에 뛰어들며 캐나다의 온코퀘스트로부터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이라는 무형자산을 인수하게 됩니다.

인수가격은 3751억원으로 당시 디아크의 기업 규모를 생각하면 사활을 건 결정입니다. 2019년 디아크의 자산규모는 719억원에 불과했지만 오레고보맙을 인수하며 자산규모가 471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자산은 공짜가 아닙니다. 오레고보맙 인수자금은 전환사채(CB) 발행과 주식 상계, 현물 출자 등 회사의 역량을 모두 동원해 마련해 치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오레고보맙의 가치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현물출자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법원의 신주발행신청 기각과 그에 따른 신주발행 취소, 회사채·CB 발행 등의 과정을 거치다가 결국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게 됐습니다.
 
거래 정지 뒤 회사 분할로 회생 노려…사업도 주주도 K-OTC로 헤쳐 모여

일반적으로 거래가 정지된 회사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아크는 수를 냈습니다. 회사를 인적분할해 문제가 된 오레고보맙을 회사 밖으로 꺼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사업도 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지난해 8월 디아크는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사업부를 OQP바이오라는 회사로 신설했습니다. 오레고보맙은 디아크에서 떨어져 나와 OQP바이오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투자 및 제조관리 부분은 두올물산홀딩스라는 이름으로 신설했습니다. 기존에 디아크의 자회사였던 두올물산은 이 과정에서 두올물산홀딩스의 100% 종속회사로 편입합니다. 두올물산 아래에도 자식들이 있습니다. 바로 랜드고와 엠에이치씨앤씨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법원이 오레고보맙의 현물가치를 인정했습니다. 회사 측의 숙원이 하나 풀린 겁니다. 그 덕에 OQP바이오는 오레고보맙을 엠에이치씨앤씨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깁니다. 
 

[정리=강현창기자]


엠에이치씨앤씨는 두올물산의 손자회사입니다. 두 회사 중간에는 중간에는 랜드고가 있었습니다. 랜드고는 12월 두올물산에 흡수합병되면서 엠에이치씨앤씨는 두올물산의 자회사가 됐습니다. 랜드고에 있던 약 3413억원 규모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두올물산이 떠안게 됐습니다. 오레고보맙의 자산과 부채가 다 두올물산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이후 두올물산홀딩스와 두올물산은 합병에 나섭니다. 특이하게도 자회사 두올물산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모회사 두올물산홀딩스가 소멸됩니다. 오레고보맙은 이미 넘겼으니 이제 주주들이 넘어갈 차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기존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는 K-OTC 등록사 두올물산으로 복제가 됩니다. 디아크를 분할할 때 신설법인의 소유권을 모회사가 가지는 물적분할이 아니라 주주가 가지는 인적분할을 한 덕분입니다. 사업뿐만 아니라 주주들 까지도 그대로 K-OTC로 복제되네요.
 
5개월만에 500배 오른 주가…단숨에 K-OTC 대장주 등극

거래 정지 중인 상장사의 주식을 우회적으로 거래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은 일견 '묘수'입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묘수라기보다는 '꼼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가입니다. K-OTC에서 거래되고 있는 두올물산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두올물산은 K-OTC의 대장주입니다. 23일 기준 두올물산의 시가총액은 16조원에 달합니다. 코스닥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하나금융지주보다 시총이 높네요. 

두올물산은 지난해 9월에야 K-OTC에 입성한 종목입니다. 첫 거래 당시 주가는 507원(거래 첫날 시가)대였지만 지금은 19만원이 넘습니다. 300매 넘게 올랐습니다. 한때 주가가 22만원대를 기록할 때는 500배가 넘는 수익률을 냈습니다.

두올물산의 지난 2021년 상반기 매출은 105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에 불과합니다. 시총과 걸맞은 숫자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증권가의 우려입니다.

두올물산은 현재 적은 거래만으로도 주가가 쉽게 오르는 상황입니다. 주가를 올리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능합니다.

실제로 두올물산의 등록 이후 지금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1387주에 불과합니다. 발행 주식수의 0.001% 수준입니다. 그나마 하루에 100주도 거래되지 않은 날이 절반이 넘습니다. 정상적인 거래로 형성된 가격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이런 주가 급등은 향후 두올물산과 두올물산홀딩스의 합병으로 일반주주들이 대거 유입되게 되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살 사람은 사고, 팔 사람은 팔겠죠. 그 책임은 투자자들이 지면 됩니다. 

하지만 이게 문제가 되는 곳들이 있습니다 바로 증권사입니다. 여기서 공매도가 등장합니다.
 
공매도, 증권사에 부메랑…15억 투자가 2040억 손실로

앞선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공매도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올물산을 둘러싼 복잡한 구조를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에는 대부분의 상장사가 그렇듯이 공매도 물량이 잡혀있었습니다. 거래정지가 되기 전까지 청산하지 못한 물량이 약 80만주 가량 남아있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15억원 규모였습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빌린 주식을 싸게 사서 갚는 방식으로 중간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입니다.

문제는 디아크가 인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쪼갰다는 것입니다. 이제 디아크에 공매도를 한 투자자는 주식을 사서 갚으려면 디아크와 OQP바이오, 두올물산(두올물산홀딩스와 합병 이후)의 주식을 모두 사서 갚아야 합니다. 디아크는 거래 정지 중이고, OQP바이오는 비상장으로 남아있으니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두올물산은 곧 합병이 완료되고 K-OTC에서 거래됩니다. 주식을 빌려준 투자자가 다시 갚으라고 요구하면 주가가 얼마가 됐든 갚아야 합니다. 갚지 않고 파산을 선언하면 이후 공매도 시장 참여가 어려워집니다. 개인투자자라면 통장 하나 깡통으로 만들고 말겠지만 기관투자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현재 디아크 주가를 기준으로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준 주주가 주식을 모두 갚으라고 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204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합니다. 15억원을 투자하고 2040억원을 내놓게 생겼으니 증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주게시판 등에서는 두올물산이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복수하고 있다며 통쾌하다는 반응이 뜨겁습니다.
 
두올물산, 한국판 게임스탑 되기 어려운 이유는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복수극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디아크의 공매도를 중개한 국내 증권사 명단에는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실률로 보면 크지만 현 주가 기준으로 2000여억원 손실규모는 증권사들 입장에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긴 합니다. 향후 주가가 떨어져 손실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언론과 투자자들은 디아크가 한국판 게임스탑 사례가 되리라는 기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스탑은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항해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며 주가를 폭등시킨 사건입니다. 

공매도에 대항해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은 숏 스퀴즈(Short Squeeze)라고 합니다.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그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손절매의 반대개념이라고 보면 편합니다.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둬서 나중에 주식을 갚아야 할 때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는 것입니다. 정상에 가기 전 오르막길 중간에 내리는 것입니다.
 

[사진=EPA·연합뉴스]


게임스탑은 오프라인에서 게임패키지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오프라인 소매점 체인사업입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실적과 주가가 하락세였습니다. 

이에 미국 내 여러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탑에 공매도를 하게 됐고 이를 파악한 투자자들이 숏스퀴즈를 유발하려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며 사건이 커지게 됩니다. 1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숏스퀴즈가 발생하면서 3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디아크 측도 게임스탑 사례처럼 공매도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 사이의 매수전쟁으로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우선 공매도 규모 차이가 큽니다. 게임스탑은 공매도 수량이 총 주식 발행수의 140%가 넘었습니다. 빌리기도 전에 매도부터 할 수 있는 무차입공매도의 폐해입니다. 결국 숏스퀴즈가 일어나는 동안 매수에 참여한 일반투자자들은 매도 타이밍만 제대로 잡는다면 무조건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디아크의 공매도 수량은 전체 주식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공매도 투자자의 매수 주문과 일반 투자자의 매도 주문이 만날 가능성이 1% 이하라는 얘기입니다. 나머지 99%는 누가 사줄까요.

많은 주주들이 '행복회로'를 돌려보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공매도 이슈만 듣고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은 채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공매도 비난 부추기는 디아크…주가하락시 경영권 위태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디아크 측입니다.

나한익 두올물산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와 주주 대상 간담회에서 회사가 한국의 게임스탑이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몇몇 언론보도에서도 두올물산을 게임스탑과 비교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아한 이야기입니다. 디아크가 상폐위기까지 몰린 이유는 공매도와 상관이 없습니다. 회사 측의 무리한 투자가 불러온 재무위기가 거래정지의 원인입니다. 회사 측이 공매도를 비난하고 나서야 할 이유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최근 나 대표는 금융투자협회가 두올물산에 주가급등 이유를 밝혀달라는 조회공시를 내자 두올물산홀딩스와의 합병이 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병은 결국 기존 디아크가 가지고 있던 사업과 주주를 두올물산으로 가져오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새롭게 추가된 게 없습니다. 기존 디아크의 시총(1976억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바타'격인 두올물산의 시총이 한때 20조원을 넘어선 이유로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회사 측이 무리해서라도 회사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는 이유를 결국 오레고보맙에서 찾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처럼 회사 측은 오레고보맙을 가져온 대가를 아직 제대로 치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랜드고에서 두올물산으로 넘어간 3000억원이 넘는 CB가 관건입니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CB의 전환가능 주식수도 늘어납니다. 디아크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이 흔들리게 되는 셈입니다. 

CB는 대부분 지금은 없어진 랜드고가 발행한 물량입니다. 지난해 6월 설립하고 12월 두올물산과 합병으로 해산될 때까지 반년만에 3000억원이 넘는 CB를 발행했습니다. 랜드고가 발행한 CB의 인수자 중 공개된 곳은 210억원을 투자한 금호에이치티 뿐입니다.

게다가 디아크는 거래정지 중입니다. 상폐가 유력한 상황에서 두올물산으로의 '이사'가 없었다면 회사 주인이 바뀌는 것은 막기 힘들었을 상황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올물산과 두올물산홀딩스의 합병 이후라도 주가가 버텨주지 못한다면 경영권은 위태롭다"며 "디아크가 두올물산이 한국의 게임스탑이 되길 바라는 이유는 주가를 유지하기 위한 여론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