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화계 결산] 윤여정·모가디슈·스파이더맨·OTT…희망의 불씨 찾다

2021-12-30 06:00

2021년 극장, '희망의 불씨' 살린 영화들[사진=각 영화 포스터]

코로나19 여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영화계를 위협했다. 관객의 발길은 끊기고 영화 개봉은 미뤄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계는 일상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반복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을 시작으로 '분노의 질주9' '크루엘라'을 시작으로 하반기 '블랙 위도우' '이터널스' '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관객들의 발길을 되돌렸고 작지만 큰 성과들을 얻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엿 볼 수 있었던 2021년 영화계를 짚어본다.

◆ 숫자로 본 2021 영화계

올해 상반기 관객수는 2002만 명을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38.2%(1239만 명 ↓) 감소했다. 이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상반기 전체 관객 수로 역대 최저치였다. 2021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 역시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875억 원 ↓) 감소했고, 이는 2005년 이후 상반기 전체 매출액 최저치였다. 2021년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38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9%(1617만 명 ↓)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3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8%(1361억 원 ↓) 줄어들었다.

상반기 전체 흥행 1위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로 총 219억 원(228만 명)을 벌어들였다. 부처님 오신 날이자 개봉 첫날인 5월 19일 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오프닝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블랙 위도우' '모가디슈' '이터널스' 등 대작 영화들과 '위드 코로나'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통상 극장가 성수기라 일컬어지는 7월 극장가에는 '블랙 위도우' '모가디슈' 등 대작 영화가 개봉한 덕에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도 불구하고 7월 전체 매출액과 관객 수는 증가했다. 7월 전체 매출액은 683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7%(211억 원 ↑) 증가했고, 7월 전체 관객 수는 698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2%(136만 명 ↑) 늘었다. '블랙 위도우'는 7월 한 달간 279억 원(관객 수 275만 명)의 매출을 기록, 전체 매출액 상승을 주도했고 8월에는 '모가디슈'가 166억 원(관객 수 171만 명)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중에서 올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9월에는 마블 영화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이 171억 원(관객 수 168만 명), 10월에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196억 원(관객 수 197만 명)의 매출을 거두며 각각 한 달 전체 흥행 1위를 차지했다.

11월 1일부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며, 영화관은 일상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며 '심야 영화'를 볼 수 있게 됐고, 백신패스관에서는 취식 허용과 함께 좌석 띄어 앉기가 해제돼 관객이 쏠렸다. 여기에 11월 1일부터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지원사업이 실행되었고, 마동석의 할리우드 진출작 '이터널스'가 개봉하면서 11월 전체 매출액과 관객 수가 증가했다. 11월 전체 매출액은 659억 원으로 전월 대비 29.7%(151억 원) 늘었고 전체 관객 수는 651만 명으로 전월 대비 25.4%(132만 명) 증가했다. '이터널스'는 312억 원(관객 수 300만 명)의 매출로 11월 전체 흥행 1위에 올랐다. 12월은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독주였다. 12월 28일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 코로나19 범유행 후 처음으로 500만 돌파작이 됐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현재도 거침없는 흥행 질주 중이다.

'미나리' 배우 윤여정[사진=EPA·연합뉴스]


◆ 세계 영화인들 감동 시킨 '미나리' 윤여정, '비상선언'

올해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영화 '미나리'의 주역 윤여정의 '오스카' 진출이었다.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극 중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 분)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다.

'미나리' 윤여정의 돌풍은 거셌다.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42개의 여우주조연상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4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보랏 속편'의 마리아바칼로바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감독상·국제장편영화상·각본상까지 휩쓸었지만 배우 부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74세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의 트로피를 안아 들게 됐다.

그는 수상 후 "최고, 1등 이런 말이 참 싫다. 그냥 그런 거 없이 같이 잘 살고 싶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앞으로 살던 대로 살겠다. 내가 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다"라며,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여정의 활약으로 영화 '미나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3월 개봉한 이 영화는 60일 만에 100만 관객에 돌파하며 올해 세 번째로 100만을 기록했다. 독립·예술영화로는 2019년 2월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116만 명) 이후 100만 관객을 넘어선 첫 번째 영화였다.

지난 6월 개최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 '비상선언', 윤대원 감독의 영화 '매미'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 '비상선언' 송강호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이 됐으며, 이병헌은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폐막식 시상자로 함께하게 됐다. 특히 '비상선언'은 현지에서 집중 조명받았다. 영화가 끝난 뒤, 약 10여 분간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극장, OTT와 협업[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극장, OTT와 공존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 배급사들은 극장 개봉을 포기, 넷플릭스·티빙 등 OTT 플랫폼 공개를 선택했다. 극장가 '악순환'이 반복되자, 극장과 OTT 업계는 공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먼저 CJ CGV는 넷플릭스와 협업해 인기작들을 극장에서 상영했다. 지난 8월 '승리호' '콜' '차인표' 등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 7편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진행했고, 10월에는 '더 하더 데이 폴(The Harder They Fall)', 11월에는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뮤지컬 영화 '틱, 틱… 붐!(Tick, Tick… Boom!)', '피아노'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언 감독이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장르의 '언포기버블(The Unforgivable)'이 극장 개봉했다. 12월에도 이탈리아 거장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 '신의 손(The Hand of God)'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등 스타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돈 룩 업(Don't Look Up)'이 개봉해 영화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영화 공유·박보검 주연의 '서복', 위하준·진기주 주연 '미드나이트'를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속 영화 개봉의 새로운 방법은 제시한 것이었다. '서복' '미드나이트' 등이 좋은 성과를 얻었고, 이동욱·한지민·서강준·이광수 등이 주연을 맡은 연말 영화 '해피 뉴 이어'도 마찬가지로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다.

영화 업계와 OTT 간 협업은 부산국제영화제로 이어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공개 예정인 시리즈를 미리 공개,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과, 김진민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 태국의 아누차 부냐와타나 감독과 미국 조시 킴 감독이 공동 연출한 'HBO 아시아'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포비든' 등 세 편을 첫 공개 했다. 코로나19로 변화를 맞은 업계 분위기와 관객들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읽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영화 업계 정부 지원 호소 결의 대회' [사진=연합뉴스]


◆ '취식·영업시간 제한 해제' 영화인들, 정부에 간곡한 호소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으며 영화인들은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5월에는 영화상영관협회를 비롯해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멀티플렉스 4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Q) 각 멀티플렉스 위탁 사업주 대표 등이 업계 정상화 촉구를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12월에는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이 '영화 업계 정부 지원 호소 결의 대회'를 열었다.

영화관 업계는 지난 5월 "단계별 음식물 취식 완화가 포함된 실질적인 지원책"을 정부에 요구했고, '위드 코로나'에서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된 12월에는 ▲극장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코로나19 이후 영화 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 및 손실 보상 ▲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 무너져가고 있는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