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태계 위협하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대선주자들도 권한 축소 한목소리

2021-12-30 05:00
이재명·윤석열 모두 찬성 의견
수차례 법안 발의에도 국회 통과 실패

지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장경제 파수꾼'을 자처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주자들도 공정위 힘을 빼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한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첫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환적 공정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 협조를 얻어 정기국회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중대 범죄인 경성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담합·독점 등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검찰도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불공정 행위 혐의가 있는 기업을 재판에 넘길 수 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고발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권한 독점이 이어지면서 공정위가 주어진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7월 민관 합동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개편 권고안을 내놓았다. 전면 개편은 법 제정 38년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는 빠졌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폐기됐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올해 1월 발의한 관련 법안 역시 계류 상태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 전담 부서를 만든다는 문 대통령 공약에 따라 2017년 9월 22일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설립을 주도했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 관련 정책을 만드는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재벌이 저지르는 불공정 행위를 직접 조사·제재한다. 기업집단정책과·지주회사과·공시점검과·내부거래감시과·부당지원감시과 등 5개 과를 두고 있다. 2019년 한 차례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올해 5월 정규 조직이 됐다.

탄생 4년을 맞은 기업집단국은 지금껏 300건 가까운 재벌 사건을 맡았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기업집단국이 설립 첫 달인 2017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한 기업 조사는 총 272건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업집단국인 조사국이 받았던 비난이 재현된 셈이다. 대기업 전담으로 1992년 세워진 조사국은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2005년 폐지됐다. 

공정위 심의위원을 지낸 이병철 변호사는 "공정위가 전문가들 의견은 배제한 채 관행대로 조사·처벌하는 사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립 취지에 맞춰 원칙대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