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19 기간 일자리 양극화…중숙련↓·단순노무↑"

2021-12-27 12:00

[자료=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숙련‧반복(routine) 일자리가 감소하고 고숙련‧인지(cognitive) 및 저숙련‧육체(manual)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숙련 일자리가 증가한 것은 비대면 생활방식 확산의 영향으로 택배원, 배달원 등을 중심으로 큰 폭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27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자리 양극화란 기술진보로 인해 자동화 대체가 수월한 중숙련(반복)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고숙련(인지) 및 저숙련(육체) 일자리는 늘어나는 현상이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저숙련 일자리는 단순노무 종사자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는데 경기침체기에 저숙련 일자리가 증가한 것은 팬데믹 경기침체기에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폭 감소했던 취업자수는 올해 들어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부문별 고용재조정이 발생했다. 과거 위기와는 달리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고용충격 및 회복경로가 일자리 특성(대면접촉도, 재택가능 여부, 자동화 대체 등)에 따라 차별화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경제의 서비스화(제조업→서비스업)에 기반한 고용재조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됐지만, 팬데믹 기간 중에는 서비스업 내에서 일자리 특성에 따른 고용재조정이 주를 이뤘다. 직업별로는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고 재택근무가 어려운 판매 및 서비스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택배원, 배달원 등을 중심으로 단순노무가 이례적으로 큰 폭 증가했다.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관리자, 전문가, 사무직 등은 취업자수 변동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산업별 노동생산성 변화를 살펴보면, 노동생산성은 고생산성 산업에서 상승하고 저생산성 산업에서는 하락하면서 산업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됐다. 

중숙련 일자리 감소를 산업 내‧산업 간 효과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산업 내 효과의 기여도가 연평균 -0.02%포인트에서 -0.41%포인트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중숙련 일자리 감소가 제조업 비중 감소 등 산업 간 구조 변화에 주로 기인했던 과거와는 달리 기술진보 기업의 노동수요 변화 등 산업 내 전반적인 효과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향후에도 감염병 리스크 탈피, 노동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대체, 비대면 생활방식이 지속되면서 중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자리 양극화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