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 남편 도장 위조·사용한 여성 무죄 확정
2021-12-27 09:43
아이 돌보기 위해 이혼 소송 중 남편 명의 막도장 만들고 전입신고서 제출
재판부 "아이 돌봄 목적...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
재판부 "아이 돌봄 목적...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
아이 돌봄 목적으로 별거 중 남편의 도장을 위조해 전입신고한 여성에게 사회상규상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노정희 대법관)는 사인위조와 위조사인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0월, 이혼 소송 도중 막내 아이를 남편 B씨의 집에서 친정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남편 명의의 막도장을 만들고 전입신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부부는 서로의 주변인들을 상대로까지 고소·고발을 하는 등 관계가 좋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별거 후 B씨가 아이를 챙겼고, A씨는 독단적으로 아이를 데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2심은 A씨가 막내를 돌봄을 목적으로 데려갔고, 불순한 의도 없이 직장에 가는 낮 동안 친정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 전입신고를 한 것일 뿐이라고 봤다. 막도장 사용이 한 차례에 그쳐 남편 B씨의 다른 사회적 신용을 해치지는 않았고, 그 전입신고도 이내 되돌려졌으니 침해된 법익이 회복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봤다.
A씨가 이혼 소송 전부터 자녀 양육에 더 관여해왔고 필요한 경우 남편의 도장을 대신 사용했던 점도 참작됐다. A씨는 별거 후 자녀들 관련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수십번 보냈지만 B씨는 회신하지 않았고, 막내 전입신고 이후에야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자녀와 자신의 보호이익을 차라리 포기했어야 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여겨진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A씨의 인장 위조·사용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인 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 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