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류승헌 신한자산운용 부사장 "ESG투자, 이(E)것만이 살(S) 길(G)"

2021-12-27 08:55

류승헌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21년은 신한자산운용에 도전의 시기로 기록될 예정이다. 18년간 함께한 프랑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와 협력관계를 정리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신한자산운용이 향후 투자의 바로미터가 되리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 있어 업계에서 가장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 운용업계 ESG 도입 '선도'

실제 운용업계에서 ESG를 가장 앞장서 도입한 곳도 신한자산운용이다. 신한자산운용은 국내에서 ESG 개념이 생소하던  지난 2005년 업계 최초로 SRI(사회책임투자) 운용을 내세운 '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최초 설정 시점부터 운용보수와 판매보수의 10%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하는 상품이다. 

최근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중순 별도의 ESG 위원회를 출범했다. 신한자산운용의 ESG 위원회 활동은 업계 내에서도 적극적인 것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출범 직후 지난해 9월 자산운용사 최초로 기후관련재무공시협의체(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지지 의사를 밝혔다. TCFD란 기업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권고안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들었으며 78개국, 1900개 이상의 기관이 가입했다.

이후 곧바로 행동에도 나섰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TCFD 권고안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242곳에 탄소 배출과 녹색 경영 현황 등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242곳 중 101곳에서 답변이 왔다. 신한자산운용은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ESG 등급을 확보한 기업 비중이 70%를 넘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 5월 ESG 통합체계를 설명한 'ESG 블루프린트'를 내놓았다. 블루프린트에서 신한자산운용은 ESG 운용 전략과 운영체계 등 경영 전반에 어떻게 ESG를 녹여내고 있는지 설명했다. 

TCFD 주주 서한은 범위를 확장했다. 올해는 338개 회사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질문을 보냈다. 회사 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응답률은 지난해 41.7%에서 올해 53.8%로 더 늘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ESG 경영 미루기 힘든 과제···관련 규제 강화 기조

신한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사의 ESG 수준을 끌어올리려 하는 이유는 ESG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기 때문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그동안 S와 G는 사회책임투자 등의 이름으로 다뤄왔지만 E는 적어도 투자업계에서 찬밥이었다. 수익을 중요시하는 투자업계에서 다소의 환경오염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에 대해 전 세계 각국이 적극적인 규제를 내세우며 연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이 개최한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당사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으로 석탄 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한 장애물 해소, 기후변화 대응 기금 조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합의했다.

그동안 기업 입장에서 탄소 배출은 곧 수익이었다. 공장이 돌아가야 매출이 나오고 이익이 쌓였다. 하지만 이제 강력한 규제 도입이 예고되면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다가는 영업은 물론 수출 측면에서도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ESG 가치를 반영해 회사가 변화하지 않으면 수익을 못 낸다는 얘기다.

이에 발맞춰 최근 우리 정부도 관계 부처 합동으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 등의 3000개 이상의 지표와 항목을 분석해 61개 ESG 이행과 평가의 공통사항을 마련하고 ESG 평가사와 일반 기업들 간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 방지와 탄소국경조정제도로 인한 수입 제품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도입도 예고됐다. 

이 제도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경영에 ESG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를 받거나 수출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ESG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모호한 목표라고 받아들여지지만 국제적인 규제로 강제하는 시대가 임박한 것이다. 
 

류승헌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류승헌 부사장 "ESG, 이것만이 살길"

이처럼 급변하는 투자 환경에 대해 듣고자 류승헌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을 만났다. 류 부사장은 신한자산운용의 CSSO(최고 전략·지속가능경영 책임자, Chief Strategy·Sustainability Officer)를 수행하고 있다. CSSO는 기존의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지속가능경영을 추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신한자산운용이 경영에 ESG 요소를 얼마나 진지하게 반영하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류 부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CSSO라는 직책이 생소하다. 어떤 의미며 기존 직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을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직책이다.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은 회사가 조직적인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겠다는 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CSSO는 신한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신한금융그룹의 다른 계열사에도 있는 자리다. 분기에 한 번씩 각 사의 CSSO가 모여서 CSSO 위원회를 연다. 각 회사가 진행하는 사안들을 그룹 차원에서 점검하고 전략적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ESG 가치를 경영에 녹여가는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ESG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직접 진행하는 방식이다. ESG 분야를 개발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투자를 할 수 있다. 최근 경북 봉화 오미산에 국민참여형 풍력발전 단지가 꾸려지는데 여기에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각 회사들이 ESG 가치를 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TCFD 참여 차원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투자를 받는 회사에 탄소배출권 등에 대한 내용을 알려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답변이 오면 그에 따른 피드백도 다 해준다. 

이를 통해 서한을 받은 회사는 자신들의 ESG 수준을 알리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고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는 회사라면 ESG 경영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자산운용사는 직접 투자를 진행하면서 ESG 경영을 독려(인게이지먼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보낸 ESG 관련 서한에 대한 회신의 양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기업 내에 ESG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SG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인가.

"신한금융그룹의 미션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바로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다. 

이를 위해서는 'E' 'S' 'G' 모두 중요하다. ESG 관련 이슈에 균형이 필요하다. 실제로 IT회사 등은 'E'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굴뚝이 없으니 자신들은 환경오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ESG 이슈가 유엔 등을 중심으로 'E'에 치우쳐 있어 이런 기업은 ESG 자체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다.

이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다. 우선 'G', 즉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난 뒤에 이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전략을 도입해 전체적인 ESG를 구조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SG 관련 투자를 진행하다 보면 눈앞의 이익과 미래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중요한 문제다. 특히 그린워싱이 발생하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딜레마가 많다. 예를 들어 ESG 경영을 잘하던 회사에 일시적으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를 평가등급에 바로 반영하고 투자전략을 수정할 수 있을까? 

ESG가 대세라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ESG를 잘하는 회사에만 투자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성과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ESG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기는 아직 어렵다. 왜냐하면 ESG 관련 생태계가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최근 당국이 준비 중인 ESG 지표 표준화도 방법이다. 표준화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ESG의 많은 요소들을 객관화하고 수치로 만들어 비교할 수 있어야 선택하고 투자할 수 있다.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도 표준화가 필요하다.

현재 각 회사의 사회책임보고서를 보면 담긴 내용과 담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단위조차 모두 달라 간단한 비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보고서를 표준화해서 투자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SG라는 개념을 경영에 꼭 녹여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SG를 부담으로 느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ESG는 이(E)것만이 살(S) 길(G)의 약자라고 설명할 때가 있다. ESG는 지금 고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들, 더는 미룰 수 없는 가치를 함축적으로 모아둔 것들이다. 1보의 후퇴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전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