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사피온코리아 설립...50조 AI 반도체 시장 정조준
2021-12-23 15:33
AI 반도체 기술 사업화 본격화...CES에서 청사진 공개
글로벌 투자 유치로 엔비디아·구글에 도전장
글로벌 투자 유치로 엔비디아·구글에 도전장
2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AI 반도체 사업 ‘사피온’에 대한 영업 양도를 의결했다. 영업 양수자는 ‘사피온코리아(가칭)’며 양도 일자는 내년 1월 4일이다. 사피온코리아는 설립 후 SKT 계열사로 편입된다.
SKT는 “AI 반도체 기술 사업화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과 조직 구성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SKT의 AI 반도체 사업은 김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총괄하고, 이종민 T3K 이노베이션 담당과 류수정 AI 액셀러레이터 담당이 AI 반도체 고도화를 이끄는 형태로 운영됐다. 특히 류 담당은 AI 반도체 분야의 석학으로, 삼성전자에서 AI 반도체를 개발한 후 서울대 교수를 거쳐 지난 4월 SKT에 합류한 인물이다. 김 CTO와 이 담당이 각각 SKT 기술 전반과 통신 기술을 관리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피온코리아에선 류 담당의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최근 다른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도 이번 분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T의 그늘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사피온코리아의 경쟁사로 꼽히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지난 6월 네이버를 포함한 국내 기업에서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풀스택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도 14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SKT는 4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12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출시했다. 사피온 X220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연산 속도가 1.5배 빠르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80%에 불과하다. 가격은 시중 반도체 대비 절반이다. 많은 IT 기업이 GPU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비싼 제품 가격과 많은 전력 사용으로 운영 비용 부담을 함께 느끼고 있다. 사피온 X220은 저전력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에이직랜드, KTNF, 두다지 등 국내 중소 반도체 기업과 적극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 구글 등에 맞설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테슬라', 구글은 'TPU'라는 AI 반도체로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SKT가 추구하는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로 가는 데 AI 반도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업계의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