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교정 대전환](中) 국내도 있던 '형기 감축제도'…해외는 어떻게
2021-12-28 13:59
지난 6월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교정개혁위원회 2차 권고를 발표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비롯해 교정시설 내 과밀 수용으로 인한 수용자의 인권 침해 등 다방면에서 과밀 수용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 교정개혁위원회는 공평한 가석방 심사 기회를 부여하고 가석방 확대를 위해 심사 제외 대상을 최소화하고 의무적 심사 도입 등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가석방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 같은 권고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석방 심사 기준은 통상 '행상의 양호 및 개전의 정이 현저할 것'을 요구하는데, 앞서 기업 총수의 가석방 사유로 '경제 상황' 등이 언급되는 등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특정인에게 적용되는 가석방 제도가 아닌, 수형자 본인의 노력으로 바깥 세상으로 일찍 나올 수 있는 '형기 단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기 단축 제도는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국가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수감 기간 동안 선행 등 모범생활을 하면 형기가 단축되는 등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제도로, 해외에서는 사회 복귀 프로그램으로 확산됐다. 미국 뉴욕주에서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Good Time credit', 즉 착한 행동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는 '선시제도(善時制度)'다. 자발적인 선행 등 모범생활을 이끌어 내는 뜻밖의 효과를 봤다. 이를 시초로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 제도는 영미권을 넘어 중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가 시행된 적이 있다. 1948년 3월 미군정 시절 남조선과도정부 법령 '우량 수형자 석방령'이 공포되면서 선시제도가 시행됐지만 1953년 신형법이 제정되며 사라져 지금은 자취만 남아 있다.
■미국·유럽 일부 국가 등도 유사 제도 운영
최근에는 이른바 '퍼스트스텝법(First Step Act)'이라는 이름으로 모범수에 대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은 법무부와 연방교도소 관리국이 수감자들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평가지준을 만들고 수감자를 조기에 석방할 수 있는 제도로, 교육 직업훈련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약 70가지 종류의 범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재범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고 하더라도 선행 점수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도 수형자의 행실을 고려해 형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고 있다. 프랑스는 추가감형과 일반감형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감형의 경우 수형자 형기에 비례하는 감형 기간을 사전에 제공하고 악행이 있는 경우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형생활을 유도한다. 추가감형은 사회 복귀를 위해 노력을 한 수형자에게 추가적으로 부여된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살인·성폭행 등 범죄에 대해서는 의료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형자가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을 때 감형하고, 치료를 거부하면 감형은 철회된다.
1975년 형기 단축 제도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조건부 석방을 촉진하기 위해 형을 6개월 마칠 때마다 20일의 형 감경을 규정했다. 이는 고등법원에 의해 집행 중 재사회화 계획에 참여한 수형자에게만 허가된다.
스페인은 1개월 이상 형을 선고받은 자들에 대해서 2일의 작업일을 1일의 형으로 환산했지만 탈옥을 시도했거나 태도가 나빠진 수형자는 감경 대상에서 제외한다.
캐나다에는 2년 이상의 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대해 선행을 조건으로 감형시켜주는 모범수 형기 단축 제도가 있다. 실제로 시민자문위원회를 비롯한 지역사회단체가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의 형기 단축 제도는 일반감형과 특별감형으로 시행되고 있다. 중국 감형제도의 경우 고의범죄, 과실범죄, 중범죄, 경범죄를 비롯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라 하더라도 법정 감형 조건을 갖췄다면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