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회의장 방한] ①브엉딘후에-박병석 국회의장, '중장기 국가 아젠더' 핵심 협력 초석 닦아
2021-12-20 05:00
박병석 국회의장과 3번째 만남...'미래 30년' 위한 디딤돌 쌓아
'국가 중장기 어젠다' 한반도 미래 위한 긴밀한 논의도 진행해
'경제통' 후에 의장, 전경련 '한·베 비즈니스 포럼'도 이목 쏠려
'국가 중장기 어젠다' 한반도 미래 위한 긴밀한 논의도 진행해
'경제통' 후에 의장, 전경련 '한·베 비즈니스 포럼'도 이목 쏠려
이달 12~15일 브엉딘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국회의장의 방한 일정이 마무리됐다. 행정부 각료(장관급) 4명과 다수의 국회의원을 대동하는 등 '국가 원수급' 대표단과 함께 우리나라를 찾은 후에 의장은 경제·사회 전 분야에 대한 양국의 협력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본지는 지난 16일 국회 고위 관계자와 두 명의 정부 관계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도움을 받아 후에 의장의 방한 의미와 성과를 되짚어봤다.
"형제의 집에 온 것만 같습니다." 지난 13일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이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 처음으로 한 발언이다. 후에 의장은 이어 "박 의장께서 연배가 더 높으시니, 제가 형님이라고 부르겠다"면서 서로 간의 깊은 친밀감을 표현했다. 이도 그럴 것이, 후에 의장과 박 의장은 그간 벌써 3번째 양자 대담 자리를 가졌다. 후에 의장은 지난 7월 20일 제15대 베트남 국회의장으로 취임했기에, 단순 계산으로도 2개월에 한 번 꼴로 만난 셈이다.
후에 의장의 취임 직후 축하 서한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편지로는 뜻을 모두 전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화상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9월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5차 세계국회의장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났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세 차례의 대화 이후 두 의장 사이의 신뢰감이 급격히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긴밀한 논의가 오고 간 이후 양국에서 모두 철저한 후속 조치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두 의장은 서로를 '친구가 될 만한 사람'으로 믿게 됐다는 것이다.
박 의장 역시 후에 의장을 맞이하기 위해 '극진한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그간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를 고사해왔던 박 의장은 후에 의장의 방한을 앞두고 지난 12월 8일 베트남 국영 통신사인 VNA와 이례적으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에 의장은 이를 부인과 함께 시청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또한, 박 의장은 후에 의장의 나흘 일정 중 거의 하루를 함께 동행했다. 12일 입국 직후에는 후에 의장과 레밍카이(Le Minh Khai) 베트남 경제부총리, 응우옌부뚱(Nguyen Vu Tung) 주한 베트남 대사와 국회의장 공관에서 비공개 소인수 만찬을 진행했다. 13일 오후 전경련과의 한·베 비즈니스포럼 행사를, 같은 날 저녁에는 양자회담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고위 관계자는 "내년 한·베 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30년을 평가하고 새로운 30년의 비전을 공유했다"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지도자급 인사가 서로 신뢰를 쌓는 데 디딤돌과 버팀돌을 놓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박 의장은 1월 2021년 국회 시무식에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가중장기어젠다위원회'를 발족해 5년 단임 행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중장기 국가 과제를 연구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며 "1차 연구의 결과물을 내년 출범하는 새 정부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후 지난 3월 국회의장실은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중장기어젠다위원회를 출범했다.
실제, 후에 의장 측도 이번 방한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후에 의장은 당초 140~200명의 방한 대표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역정부 관계자, 기업인 등을 포괄한 인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한국 측이 대표단 규모 축소를 요청하자, 베트남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정치국 회의까지 거쳐 이를 전격 수용했다. 그럼에도, 차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22명이 포함된 60~70명대의 대규모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정치적 결정'은 베트남 측이 우리나라를 미래의 핵심 교류국으로 꼽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방한이 국가주석, 총리와 함께 베트남 최고위 관계자인 후에 의장이 향후 한·베 관계를 전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후에 의장은 이번 방한에서 양국의 관계 격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양국은 내년 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최상위 국가 관계인 '포괄적·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격상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네 번째다.
이에 대해, 후에 의장은 박 의장과의 회담 자리에서 "포괄적이라는 의미는 모든 분야에서 다방면적인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정부·의회·지역정부·경제계가 모두 이견 없이 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후에 의장은 지난 2016~2020년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당시 '한·베 경제부총리 회담'을 신설했고 이를 정기화했다. 이 과정에서 후에 의장은 한·베 교류 현안을 꿰고 있을 정도로 베트남 정부 안에서도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통'이자 '지한파'로 통한다.
이번 후에 의장의 방한단에도 카이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쩐쥐동(Tran Duy Dong) 기획투자부 차관, 도타응하이(Do Thang Hai) 산업무역부 차관, 보타인흥(Vo Thanh Hung) 재무부 차관 등 베트남의 고위급 경제·산업 관료가 동행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보도를 종합했을 때, 후에 의장은 나흘 간의 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 △김형 대우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최소 23개 한국 기업의 고위급 인사를 접견했다.
특히,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던 '한·베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한 후에 의장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베트남 정부 대표단 30여명과 박병석 국회의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 한국 정·재계 인사 70여명이 참석했고, 전경련-베트남기획투자부의 경제 협력 증진 양해각서(MOU) 등 10여건의 경제협력 MOU가 체결됐다.
특히, 양측은 '향후 한·베 1000억 달러(약 119조원) 교역 시대를 함께 열자'고 뜻을 모은 한편, 후에 의장은 자국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인 '메이크 인 베트남'과 관련한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진출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날 포럼에서 양국 경제계 인사들은 △항공편 재개와 방역 격리 완화 △조세 제도 △공급망 안정 협력 △금융 산업 규제 완화 △소재·부품·장비 분야 투자에 대한 특별 인센티브 검토 등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후에 의장은 다음 날인 14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를 이어갔다. 2023년 양국 교역규모 1000억 달러 조기 달성 목표와 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요소수 장기 공급과 같은 국제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해 진정성 있는 약속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형제의 집에 온 것만 같습니다." 지난 13일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이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 처음으로 한 발언이다. 후에 의장은 이어 "박 의장께서 연배가 더 높으시니, 제가 형님이라고 부르겠다"면서 서로 간의 깊은 친밀감을 표현했다. 이도 그럴 것이, 후에 의장과 박 의장은 그간 벌써 3번째 양자 대담 자리를 가졌다. 후에 의장은 지난 7월 20일 제15대 베트남 국회의장으로 취임했기에, 단순 계산으로도 2개월에 한 번 꼴로 만난 셈이다.
후에 의장의 취임 직후 축하 서한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편지로는 뜻을 모두 전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화상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9월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5차 세계국회의장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났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세 차례의 대화 이후 두 의장 사이의 신뢰감이 급격히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긴밀한 논의가 오고 간 이후 양국에서 모두 철저한 후속 조치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두 의장은 서로를 '친구가 될 만한 사람'으로 믿게 됐다는 것이다.
박 의장 역시 후에 의장을 맞이하기 위해 '극진한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그간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를 고사해왔던 박 의장은 후에 의장의 방한을 앞두고 지난 12월 8일 베트남 국영 통신사인 VNA와 이례적으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에 의장은 이를 부인과 함께 시청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또한, 박 의장은 후에 의장의 나흘 일정 중 거의 하루를 함께 동행했다. 12일 입국 직후에는 후에 의장과 레밍카이(Le Minh Khai) 베트남 경제부총리, 응우옌부뚱(Nguyen Vu Tung) 주한 베트남 대사와 국회의장 공관에서 비공개 소인수 만찬을 진행했다. 13일 오후 전경련과의 한·베 비즈니스포럼 행사를, 같은 날 저녁에는 양자회담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고위 관계자는 "내년 한·베 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30년을 평가하고 새로운 30년의 비전을 공유했다"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지도자급 인사가 서로 신뢰를 쌓는 데 디딤돌과 버팀돌을 놓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계 격상 넘어 '중장기 국가 어젠더' 핵심 협력국으로
후에 의장의 이번 방한은 단순히 양국의 수교 30주년 준비나 의회 교류의 차원을 넘어선 자리였다는 기대감의 목소리도 들렸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두 의장이 '한반도의 미래'에 관해서도 빈 회의 이후 4개월 가까이 긴밀히 의논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박 의장의 뜻과 관련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박 의장은 1월 2021년 국회 시무식에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가중장기어젠다위원회'를 발족해 5년 단임 행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중장기 국가 과제를 연구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며 "1차 연구의 결과물을 내년 출범하는 새 정부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후 지난 3월 국회의장실은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중장기어젠다위원회를 출범했다.
실제, 후에 의장 측도 이번 방한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후에 의장은 당초 140~200명의 방한 대표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역정부 관계자, 기업인 등을 포괄한 인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한국 측이 대표단 규모 축소를 요청하자, 베트남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정치국 회의까지 거쳐 이를 전격 수용했다. 그럼에도, 차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22명이 포함된 60~70명대의 대규모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정치적 결정'은 베트남 측이 우리나라를 미래의 핵심 교류국으로 꼽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방한이 국가주석, 총리와 함께 베트남 최고위 관계자인 후에 의장이 향후 한·베 관계를 전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후에 의장은 이번 방한에서 양국의 관계 격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양국은 내년 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최상위 국가 관계인 '포괄적·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격상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네 번째다.
이에 대해, 후에 의장은 박 의장과의 회담 자리에서 "포괄적이라는 의미는 모든 분야에서 다방면적인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정부·의회·지역정부·경제계가 모두 이견 없이 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베 교역 '1000억불 시대' 목전...경제 교류 가속화
후에 의장의 전문 분야인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행보도 두드러졌다. 후에 의장은 베트남 내 경제학 권위자로 20년 넘게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쳤으며, 베트남공산당 중앙경제위원장과 경제부총리를 거친 베트남 정부의 '경제통'이기도 하다. 특히, 후에 의장은 지난 2016~2020년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당시 '한·베 경제부총리 회담'을 신설했고 이를 정기화했다. 이 과정에서 후에 의장은 한·베 교류 현안을 꿰고 있을 정도로 베트남 정부 안에서도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통'이자 '지한파'로 통한다.
이번 후에 의장의 방한단에도 카이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쩐쥐동(Tran Duy Dong) 기획투자부 차관, 도타응하이(Do Thang Hai) 산업무역부 차관, 보타인흥(Vo Thanh Hung) 재무부 차관 등 베트남의 고위급 경제·산업 관료가 동행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보도를 종합했을 때, 후에 의장은 나흘 간의 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 △김형 대우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최소 23개 한국 기업의 고위급 인사를 접견했다.
특히,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던 '한·베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한 후에 의장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베트남 정부 대표단 30여명과 박병석 국회의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 한국 정·재계 인사 70여명이 참석했고, 전경련-베트남기획투자부의 경제 협력 증진 양해각서(MOU) 등 10여건의 경제협력 MOU가 체결됐다.
특히, 양측은 '향후 한·베 1000억 달러(약 119조원) 교역 시대를 함께 열자'고 뜻을 모은 한편, 후에 의장은 자국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인 '메이크 인 베트남'과 관련한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진출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날 포럼에서 양국 경제계 인사들은 △항공편 재개와 방역 격리 완화 △조세 제도 △공급망 안정 협력 △금융 산업 규제 완화 △소재·부품·장비 분야 투자에 대한 특별 인센티브 검토 등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후에 의장은 다음 날인 14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를 이어갔다. 2023년 양국 교역규모 1000억 달러 조기 달성 목표와 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요소수 장기 공급과 같은 국제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해 진정성 있는 약속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