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스로 전동휠체어 작동 어려워도 비용 보전해야”

2021-12-18 12:22
법원 "평등원칙 위배돼 무효"

 

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

스스로 전동휠체어 작동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 비용 지급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뇌병변장애 및 지적장애를 지닌 A씨가 서울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보조기기 급여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강서구청은 전동휠체어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A씨에게 “지적장애가 있으니 스스로 작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의사 소견을 가져오라"며 거부했다. 강서구청은 의료급여사업안내 지침에 '지적장애 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는 전동보조기기(전동휠체어)를 스스로 작동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이 있는 경우에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내세웠다. 

A씨는 “강서구청의 의료급여사업안내가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명령이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거부할 수 없다”며 “의사 소견서를 요구한 강서구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전동휠체어를 보조금 없이 구매할 경우 인지기능 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 뇌병변장애인은 자택에서도 보조기기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상위법이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의 지급 가능성이라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를 합리적 이유 없이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규정과 하위 고시 규정의 행정입법부작위는 평등원칙 등에 위배돼 무효"라며 “A씨의 급여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의료급여법상 전동휠체어 급여를 받기 위한 뇌병변장애인 조건은 보행이 불가능하고 팔기능이 약화되거나 상실돼 수동휠체어를 조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 뒤 “위 준용 요건의 추가 요건인 ‘자가조종능력’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더 중한 장애를 가진 일부 중증 장애인이 더 열악한 처우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준용규칙이 전동휠체어를 스스로 조종할 수 없는 장애인을 차별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동휠체어의 조종간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라고 해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이동’에 대한 욕구가 적을 리 없다는 점”과 “해당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교부받거나 그 비용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장애인에 대한 ‘돌봄’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지적·조종 능력 면에서 '전동휠체어를 스스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뇌병변 및 지적장애인에 해당한다"며 "피고의 거부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