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원인사] 정의선의 '혁신 용병술'...부회장단 해체·젊은 기술 리더 전면 배치(종합)

2021-12-17 18:00
총 203명 대규모 임원인사…신규 임원 3명 중 1명이 40대 포진
수소차, ICT,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역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취임 2년 차, 현대차그룹이 미래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그림자였던 부회장단이 사실상 해체됐으며,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대내외 급격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임원 인사를 통해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당초 소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깼다. 신규 임원 3명 중 1명은 40대다. 신규 임원 수를 예년보다 대폭 늘려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육성하는 한편,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ICT,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관련 기술 전문가들이 부사장으로 다수 임명됐다.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에는 47세의 추교웅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추 부사장은 미래 핵심 사업 분야인 전자·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반을 주도해 왔다. 향후 커넥티드카 대응을 위한 신규 플랫폼 및 통합제어기 개발 등 미래 핵심기술 개발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에는 50세 김흥수 전무가,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에는 60세 임태원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김 부사장은 제품 라인업 최적화 및 권역별 상품전략 고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평을 받는다. 향후 그룹 차원의 미래기술 확보 및 신사업 추진역량 내재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 부사장은 재료 및 수소연료전지 분야 기술 전문가다. 기초선행연구소장으로서 그룹의 미래 선행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ICT혁신본부장으로는 NHN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53세 진은숙 부사장이 영입됐다. 진 부사장은 데이터, 클라우드, IT서비스플랫폼 개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NHN 재직 시 기술 부문을 총괄하며 클라우드, 보안솔루션, 협업 플랫폼 등 다수의 신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자회사 NHN Soft 및 NHN EDU CEO를 겸직하며 클라우드 관련 기술·사업·조직도 이끌었다. 향후 현대차의 IT 및 SW 인프라 관련 혁신을 추진하고, 개발자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등 글로벌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수한 사업 실적을 달성한 인재 발탁에도 힘썼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영입도 했다.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에 김선섭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하고 러시아권역본부장에는 오익균 전무를 부사장에 승진 임명했다.
 
제네시스 최고브랜드관리자(CBO)에는 그레이엄 러셀 상무를 영입 임명했다. 러셀 상무는 벤틀리, 맥캘란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한 인물로 제네시스 경쟁력 강화 임무를 맡는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디자인을 주도했던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사장)과 연구개발본부를 이끌었던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각각 담당 분야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윤여철 부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이광국 사장은 각각 고문으로 선임되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노사관계를 조율해왔던 윤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정상빈 부사장이 선임됐다. 울산 생산을 담당해온 하언태 사장의 후임은 이동석 부사장이, 이광국 중국사업총괄 사장 자리는 이혁준 전무(HMGC총경리)가 대신한다. 이원희 품질담당 사장 자리는 정준철 부사장(제조솔루션본부장)과 박홍재 부사장(경영혁신본부장)이 각각 나눠 맡기로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그룹 경영의 중추였던 윤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며 부회장단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 남게 됐다. 정 명예회장의 측근인 부회장단이 사실상 해체되며 정의선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과 세대교체 인사가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