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고발당했는데...與, 일자리委에 "정책 아이디어 달라"

2021-12-16 00:00
KSOI 조사 결과 차기 정부 1순위 과제 '일자리'
李 "일자리 200만개 창출"·尹 "국정 최고 목표"
선언했지만 정작 구체적 수치·정책 없어 우려
與, 일자리委에 정책 아이디어 요청해 논란도
김용기 부위원장, 여당 의원 상대 강연도 진행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에 정책 아이디어를 요청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2017년 5월 16일 출범했다.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다. 

앞서 여성가족부(여가부)는 민주당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 수집을 위해 각 실·국에 정책 초안 작성을 요청한 의혹에 휩싸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여가부 관계자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일자리위는 법률상 조직인 여가부와 달리 '일자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만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김용기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강연을 진행,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2월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일자리委 '아이디어' 요청···부위원장은 비공개 강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소속 A의원실은 여가부 공약 지시 논란이 발생한 직후 일자리위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정책 아이디어를 요청했다. 정책 개발에 대한 공식 요청은 아니지만 사실상 압박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김 부위원장이 이날 오전 국회를 직접 찾고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실이 파악돼 추가 파장이 예상된다. A의원실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아침에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강연했다"며 "의원들만 가서 일자리 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자리위는 대통령령에 의해 (각 부처 공무원들이) 공식적으로 파견 나가서 일하고 관련 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며 "정치적 중립 위반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김 부위원장의 강연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은 아니지만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자리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조직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을 기획하고 심의·점검해왔다. 문재인 정부 내내 일자리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업무와 관련 없는 각 부처 공무원이 파견돼 전문성 측면에서 비판을 샀다.

특히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8월부터 올해 8월 사이 전일제 및 청년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시간제와 노인·비정규직 근로자, 공공일자리는 520만개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2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 기간) 일자리 질이 현저히 악화됐다"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진짜 성적표"라고 힐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년 전 '일자리'가 원픽...李·尹 눈에 띄는 공약 없네

일자리위 정책 아이디어 요청과 김 부위원장의 강연은 대선 주자들의 일자리 '무(無)공약' 논란과 무관치 않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부 1순위 과제로 일자리 문제가 꼽혔지만, 정작 여야 대선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보이지 않아 우려를 키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조사(KSOI)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9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30.2%)이었다. 2위 '부동산 문제 해결 및 주거 안정'(24.1%)보다도 6%포인트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3일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하며 국비 85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200만개 이상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이 후보는 그간 기회 총량 부족을 지적하며 "총량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만 해왔다. 

이 밖에도 이 후보는 주4일 근무제와 같은 포퓰리즘성 공약만 남발해 비판받았다. 이처럼 이 후보의 중구난방 공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강경파 반대에도 양도소득세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고,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고리로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고 목표로 두겠다"(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표 정책은 일자리 정책"(1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우려스럽다. 윤 후보는 오히려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대표 일자리 정책 폐지를 시사하는 한편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장에 가 "실수했다"고 말하는 등 반(反)문·반노동적 태도를 보여 논란을 산 바 있다.

5년 전에는 달랐다. 앞서 19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으로 일자리 확대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당시 문 후보 공약의 핵심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공무원 일자리를 17만4000개 늘리고 공공기관 및 민간 수탁 부문 일자리 34만개, 공공 부문 간접고용의 직접 고용 전환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30만개를 추가 창출하는 내용이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공공 부문 대신 민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퇴직으로 청년 일자리에 숨통이 트일 때까지 임기 동안 청년 고용을 한시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2년 동안 월급 5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과 청년 구직자들에게 6개월 동안 월 30만원씩 180만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 후보도 공공 부문 일자리 증가와 함께 300인 이상 중견기업에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5%를 적용해 상시일자리 36만4000개를 추가로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