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혁 미디어에스 대표 "재방송 채널 아닌 새로운 가치 발굴…OTT 손잡고 성공 확률↑"

2021-12-16 00:10
2049 세대 인기…"과감한 콘텐츠 도전 안전망"

김혁 미디어에스 대표[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미디어에스가 지난 4월 '채널S'를 개국하면서 넷플릭스, 디즈니+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각축전을 벌이는 미디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OTT가 꽉 틀어쥐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TV 채널은 이미 저무는 산업으로 여겨진다. 기존 채널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검증된 인기 콘텐츠를 재방송하는 소위 '재방 채널'로 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디어에스는 거꾸로 개성 있고 독창적인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수급까지 선언했다. 모두를 의아하게 만드는 선택을 했지만 1년차 미디어에스는 치열한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다음은 김혁 미디어에스 대표와 일문일답. 

-채널S가 개국한 지 약 8개월 지났다.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30위권 안에 든다는 올해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새롭게 등장했고, 국내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약 300개가 활동 중이라 누가 봐줄지 두려움이 많았다. 지상파, 지상파 계열, CJ 계열, 뉴스 채널 등을 포함하면 30위권은 도달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고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35~40위 사이에서 순위를 유지 중이다. 

채널S의 핵심 타깃은 2049세대다. 핵심 시청자층인 수도권 2049 시청률만 놓고 보면 32위다. 인터넷TV(IPTV)만 놓고 보면 29위다. 케이블 채널에서 200번대 이상에 들어가서 좋은 번호는 아니다. 그럼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청량이 늘고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채널S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시청해준 고객에게 감사하다." 

-최근 한국 시장은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 됐다. SK그룹 내 OTT 웨이브도 이미 있다. 그런데도 새롭게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미디어 시장의 다른 사업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채널S의 강점은 무엇인가?

"너희는 왜 '오징어 게임'을 못 만들어?" 

"한국 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에 많은 사업자들이 회의에서 이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을 거다. 저는 못 만든다고 본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가 250억원이고,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가입자가 2억1360만명이다. 약 100원짜리 투자 결정이다. 그런데 1년 총제작비 예산이 300억원인 사업자는 확실한 게 아니면 투자를 못 한다. 결국 수억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곳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고, 성공작이 나올 수 있다. 미디어 시장은 규모의 싸움을 하는 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2억명 가입자를 갖지 못한 사업자들은 창구를 다변화하고,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 

처음 채널 사업을 준비한다 했을 때 사내에서도 "OTT 시대에 낡은 채널을 하느냐"는 걱정이 많았다. 방송 채널만 한다고 하면 저 또한 안 했을 거다. 그러나 채널은 SK그룹 미디어 창구 가운데 빠진 하나이기 때문에 채워야 한다. IPTV, 케이블, OTT 등을 갖고 있지만 빠진 게 채널이다. 이런 모든 창구를 확보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시청자, OTT, 실시간 채널, 다시보기(VOD) 등이 쌓여서 시장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고객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한 전략이다. 그래서 채널'도' 하는 거다. 

같은 콘텐츠도 어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느냐에 따라 만나는 시청자가 달라지고, 영향력도 변한다. 예컨대 미국 드라마 중 '지정생존자'는 스토리도 긴박감 있고 세 시즌이나 이어나갈 만큼 인기 많은 명작인데, 국내에서 똑같은 제목과 줄거리로 리메이크한 작품도 있다. 둘 중 국내 시청자는 리메이크작이 더 많다. 목적 지향적인 시청자는 OTT에서 찾아보지만, 그냥 채널을 돌리다 발견하는 시청자도 많기 때문이다.

저격수 같은 콘텐츠 전략이 OTT라면, TV 채널은 1년 365일 계속 콘텐츠를 편성해야 한다. 시간, 트렌드별로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OTT와 채널은 겉으로는 다르게 보이지만, 콘텐츠 확률 싸움인 것은 마찬가지다. 위험한 확률 게임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OTT와 채널이 협력하는 것이다. 

웨이브가 있는데 왜 채널을 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채널 고객도 있고, 웨이브 고객도 있어서 같은 콘텐츠를 다르게 편성해서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아울러 웨이브는 드라마 중심 콘텐츠에 집중하고, 채널S는 예능에 집중한다. 각자 잘하는 것을 뽑아 상호 교차 활용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 수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한 OTT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예컨대 카카오TV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플랫폼이 있지만, TV 채널은 없다. TV에서는 채널S를 통해 나간다. 이런 전략을 처음 시도했는데, 약 500편 정도 콘텐츠를 확보했다.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 같은 성공작도 있고, 화제작도 많다. TV가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편안한 부분이 있어서 같은 콘텐츠를 TV에서 제공했을 때 더 많은 만족도를 끌어낸다. '저건 못 보던 건데?', '얘네들 뭐야? 신박하네?'라는 느낌을 준다. 웨이브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는데, TV 파트너는 채널S가 되고자 한다. OTT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채널을 전개하는 사업자가 될 것이다." 

 

김혁 미디어에스 대표[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개국과 함께 첫선 보인 채널S 콘텐츠의 반응은 어떤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이용해 쉽게 시청률을 올리고 싶진 않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카카오TV 콘텐츠는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 신선하기만 하면 낯설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는 국민 MC 강호동, 신동엽씨를 기용해 익숙한 포맷으로 균형을 맞췄다. 강호동씨와 함께한 '잡동산'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업의 세계를 다양하게 소개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고, 교육적이면서 오락적이라 강호동씨를 비롯한 패널과 판정단 어린이들의 호응이 좋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즌 1만 하고 중단한 상태다. 신동엽과 패널들이 술을 매개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신과 함께'는 자리를 잘 잡았다. 시즌 1에서는 술을 마음을 여는 도구로 활용한 토크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방송심의 규정 때문에 낮에 편성할 수 없어서 일반 음식으로 전환했다.

콘텐츠 발굴을 위해 최근 공모전을 열었는데 166개 작품이 응모했다. 최우수 당선작은 2022년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에 들어간다. 최우수, 우수 선정작은 방송사와 창작주체 간 상생협력을 위해 프로그램 저작권을 채널S와 창작주체가 공동 소유할 계획이다." 

-미디어에스는 어떤 콘텐츠를 지향하는가?

"'즐거운 상상'이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제가 강조하는 점은 어디서 본 것 같으면 하지 말자, 소재든 표현 방법이든 최종적 메시지든 다르지 않으면 하지 말자는 것이다. 

채널S는 재방 채널이 아니다. 재방 채널이 되면 돈은 쉽게 벌 수 있다. 잘 된 것을 사다 광고를 붙이면 되고 인력 채용도 필요 없다. 그러나 미디어에스는 그런 채널을 원치 않는다. 뭐 하나라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 MC를 기용했다면 소재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새로워야 한다. 반대로 뻔한 소재라면 사람이 새롭거나,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 신선함이나 독창성을 잃으면 미디어에스는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는 회사다." 

-채널S와 미디어에스가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은?

"미디어에스는 SK그룹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하려고 한다. 채널은 가장 먼저 나가는 창구는 아닐 수도 있다. OTT로 먼저 콘텐츠를 선보이고 몇 주 지나서 채널에 오기도 한다. 그러나 채널에서 광고 등을 통해 수익화를 해줘야 과감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다. 서커스에서 공중제비를 과감하게 돌려면 안전 그물망을 깔야아 한다. TV 채널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멋지거나 미래지향적인 것은 아니지만, 과감한 콘텐츠 도전에 있어서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년차를 맞는 내년 미디어에스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우선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와의 제휴는 지속하면서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을 더 늘릴 거다. 현재 자체 콘텐츠를 세 편 선보이고 있는데 두개 정도 더 늘려서 요일별 라인업을 가져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유명 방송사의 제작PD도 영입하면서 기획력을 배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채널과의 공동 제작과 공동 기획도 계획 중이다. 미디어에스와 생각이 비슷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원하는 제작사나 PP가 있다면 기획 단계부터 함께해서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디어에스는 활주로를 달리는 단계다. 비행기도 활주로를 달릴 때 연료 소모가 엄청나다는데, 저희도 그렇다. 두려움 없이 밟고 있다. 빨리 순풍에 이륙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시청자가 금방 실망할 수 있다. 내년은 "생각보다 더 잘하네?"라는 말을 듣도록 구성원 모두와 노력하겠다."

◆ 김혁 미디어에스 대표는 어떤 사람?

◇ 학력
서강대 언론전문대학원 디지털 미디어 수료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수료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 약력
SKT 5GX미디어사업그룹장 (2018.04~)
SK브로드밴드 미디어전략본부장(겸)
SK브로드밴드 콘텐츠그룹장(겸)
SBS 미디어비즈니스센터 센터장 (2016.09~2018.04)
SBS 플랫폼 사업팀 팀장 (2013.12~2016.08)
SBS 정책팀 차장 (2009.03~2013.11)
지상파 DMB 특별위원회 정책실장 (2003.05~2007.12)
KBS 라디오PD (2002.05~2003.04)
KBS 전략기획팀 (1999.11~2002.04)
KBS 라디오PD (1993.01~199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