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아이·디어·유] 4龍 ③ <더 이코노미스트> 보기…대선 예측 빼고
2021-12-10 17:24
한국 언론, '이코노미스트, 윤석열 당선 예측' 기사만 쏟아내
정작 중요한 2022 세계 대전망은 다루지 않아
5대 주제…엔데믹, 하이브리드 워킹, 암호화폐 길들이기, 우주 경쟁, 기업 기후위기 대처
정작 중요한 2022 세계 대전망은 다루지 않아
5대 주제…엔데믹, 하이브리드 워킹, 암호화폐 길들이기, 우주 경쟁, 기업 기후위기 대처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매체다. 1843년 창간, 올해로 178년 됐는데 그 권위는 햇수에 있지 않다. 의견과 팩트를 구분, 사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날카롭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경제 쪽은 보수적인 경향이 짙고 정치 분야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외신을 오래 담당한 한국 언론인들은 이 주간지에는 마치 ‘영국 귀족’처럼 품위 있고 격조 높은 기사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정치·경제·문화 등에서 고급 영국식 영어 단어와 문체를 구사, 최고 레벨 영어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교과서와도 같다. 몇몇 미국 상업주의 경제매체와는 ‘격’(格)이 다르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펴낸 ‘2022 세계대전망’(The World Ahead 2022) 한국어판에는 “현 정부의 부진한 백신 보급률로 인한 불만으로 윤석열 후보가 청와대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오마이뉴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더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대선 예측 결과를 팩트 체크했다. 9일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대선 예상 적중은 최근 3번 중 1번에 불과했다. 2002년 대선-이회창(노무현 당선, 예측 X), 2007년 대선-예측 없음, 2012년 박근혜(예측 O), 2017년 반기문(문재인 당선, 예측 X)이었다. “이코노미스트가 당선을 예측한 후보는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오마이뉴스 팩트체크는 ‘대체로 사실’이었다.
축구에서 ‘펠레의 저주’(축구의 전설 펠레가 승리를 예측하는 팀은 진다는 괴담)처럼 한국 대선에선 ‘이코노미스트의 저주’가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22년은 하이브리드 노동에 대한 규칙을 생각해내야 하는 해다. 육아를 하는 여성과 남성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백인 노동자들이 유색인종보다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인종별 격차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슬랙(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실시한 놀라운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정보 분야 흑인 노동자의 3%가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한 반면 백인 노동자 21%가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백인이 아니라면 사무실이 그렇게 환영받는 장소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걱정되는 점은 젊은 백인 남성들인데, 백인 남성들은 모두 사무실로 돌아가서 관리자들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고 승진도 하고 급여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직장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 다양성(각종 차별)에 문제가 생겨나는 등 세상은 후퇴할 수 있다.
2021년에는 블록체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금융 탈중앙화에 대한 많은 열정이 있었다. 대형은행, 기업, 규제 기관 등에서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은 금융의 미래, 화폐의 미래, 은행의 미래 이 세 가지 관점, 경쟁적 미래의 출현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일종의 기술 산업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화폐를 만들려고 하면 금융 탈중앙화를 주장하는 블록체인 집단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회사는 매우 중앙 집중화되어 있고 너무 강력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를 누군가 발행할거라면 자기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말할 거다.
그래서 나는 이 세 가지 다른 관점의 전투를 보게 되고, 어떤 형태로든 암호화폐가 길들여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 기술을 통해서 급진적인 관점이 결과적으로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일을 하는 새로운 방식과 일을 하는 기존 방식 사이에서 일종의 타협을 얻는다.
동시에 진행 중인 여러 우주 경쟁이 있다. 2021년에 우리는 3개의 미국 회사가 가장 먼저 더 많은 관광객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 싸우는 것을 보았다.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엑스는 모두 관광객을 우주로 보냈다. 2022년에는 더 많은 우주 비행선 착륙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1, 2월에 첫 궤도 비행을 할 예정인 스페이스엑스의 새로운 로켓 스타쉽(starship)이 성공적이라면 우주 관광뿐만 아니라 강대국 우주 경쟁이 경제를 정말로 변화시킬 거다. 미국이 모든 사람들에게 달에 비행선을 착륙시킨 첫 번째 나라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스타쉽을 착륙선으로 사용하고 스페이스엑스의 기술을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2021년 COP26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은 오히려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다들 동의한다. 적어도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많은 기업들이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직접 나서서 크고 견고한 행동과 약속을 보이며 스스로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환경 운동가 마준에 의하면 서방 회사들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가장 당연한 방법은 중국에서 제조를 많이 하는 서방 회사들이 중국에서 가장 낮은 탄소를 만들어내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의 비정부기구(NGO)는 중국에 있는 1000만 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고 얼마나 탄소 친화적인지 분류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서방 기업이 중국에서 업체를 선택할 때 가장 낮은 탄소를 배출하는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업체 간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진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 부문이 여기에서 나설 수 있었으면 한다.
▶온통 대선에, 오로지 당선에만 전력을 기울이는 정치권과 후보들은 <더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대선 예측은 지우고 위 2022 대전망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글로벌 정치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제대로 공부하고 무슨 대비를 할지 정책 대안을 찾고 내놓아야 한다. 이게 나라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을 위해 대선 후보들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동영상 번역=임승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