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별풍선이 뭐길래…빚까지 낸 시청자와 범죄자 된 BJ

2021-12-09 15:42
1억원 이상 빚까지 내 별풍선 쏜 시청자…시청자 父 "현재 파산 위기"
별풍선에 울고 웃는 사람들…시청자에겐 '과시용' BJ에겐 '돈벌이'
방통위, 별풍선 규제 나섰지만, 법적 구속력 없어 유명무실하단 지적

[사진=연합뉴스]

조울증을 앓는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에게 환불을 요구하는 쪽지를 보내고 있다. 자녀가 빚을 내 1억2000만원어치의 별풍선을 후원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A씨는 쪽지에서 이자조차 못 갚아 파산 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후원받은 별풍선의 경우 환불 의무가 없어 해당 금액을 전액 회수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게이머 출신 아프리카TV BJ 윤중(본명 김윤중)은 최근 A씨에게 받은 쪽지를 공개했다. A씨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아들은 병이 심해지면 돈을 엄청나게 쓰는 증상이 있다. 최근 병이 심해져 부모 몰래 별풍선 1억2000만원어치를 결제해 BJ들에게 후원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쪽지를 남겼다. 윤중은 별풍선을 받은 BJ 중 한 명이고, 14만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억2000만원은 캐피탈 1700만원, 중고차 대출 3600만원, 휴대폰 소액결제 400만원, 부모 돈 700만원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파산 직전이며 대출받은 곳에서 압류가 들어오고, 신용카드도 정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에도 본인이 감당 못 할 금액을 BJ에게 후원해 사회적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중고생이 개인 방송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져 이런 일이 빈번해졌다. 작년엔 한 초등학생이 부모 동의 없이 한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서 BJ에게 1억3000만원어치의 유료 아이템을 선물했다. 이 돈은 초등학생 부모가 전세보증금으로 모아둔 돈이었다.

별풍선은 시청자가 BJ에게 자유롭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으로, 일종의 시청료 개념이다. 별풍선(아프리카TV), 슈퍼챗(유튜브), 캐시(트위치TV), 쿠키(카카오TV) 등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1개당 100~1000원가량이다. BJ는 이 중 최대 수수료 40%를 떼고 나머지를 자신이 갖는다. 별풍선과 같은 유료 아이템은 현금화할 수 있어 BJ에겐 중요한 수입원이다.

시청자는 유료 아이템을 선물하지 않아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가 과도하게 유료 아이템을 선물하는 이유는 '대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TV에선 시청자들에게도 순위가 있다. BJ에게 보낸 후원금액에 따라 팬 등수가 나뉘기 때문이다. 상위 20등 안에 든 시청자는 '열혈팬'으로  분류돼 몇 가지 특권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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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열혈팬이 실시간 방송에 등장하면 열혈팬이 입장했단 알림이 올라온다. 또 열혈팬의 채팅창 글씨 색은 다른 시청자들과 구별돼 눈에 띈다. 열혈팬이 보낸 채팅 내용에 BJ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한 20대 여성은 회삿돈 4억여원을 횡령해 이 중 1억5000만원을 BJ에게 선물했다. 이 여성은 한 인기 남성 BJ 방송에 빠져 하루 200만~300만원어치의 별풍선을 선물했다. 이 여성은 당시 방송에서 '회장님'으로 떠받들어졌다.

일부 시청자에게 별풍선이 과시용이라면, BJ에겐 돈벌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BJ는 별풍선으로 큰돈을 벌기 위해 도 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20대 남성 BJ 2명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서울 번화가를 지나는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했다. 이들은 강남에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해 피해 여성들의 다리와 가슴 등 신체 일부를 부각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또 다른 BJ는 시청자가 별풍선을 조건으로 내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 2명의 신체를 만지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BJ들이 고액 별풍선을 노리고 자극적인 방송을 하거나, 거액을 탕진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8년 '인터넷 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동을 걸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하루 3000만원까지 결제할 수 있던 유료아이템 한도는 100만원 이하로 줄었다. 또 미성년자가 유료 아이템을 결제할 땐 법정대리인의 동의 여부를 사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켜지지 않을 땐 결제를 취소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부모 명의로 결제할 땐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가이드라인은 자율 규제 형태라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낮단 지적이 나온다. 이동성 법무법인 장한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유료 아이템을 거래할 땐 나이 등 세부 확인을 거치는 기술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억울한 피해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