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니콘 스타트업 6곳, 어디?...AI·우주·탈탄소 주목
2021-12-10 07:25
프리퍼드네트웍스, 2년 연속 日 최대 유니콘...슈퍼 컴퓨터·AI 개발
스마트HR·아타마플러스 등 AI기업도 약진...우주기업도 10위권 내
올해 日스타트업 투자 규모 최고치 예상...'창업 불모지' 탈피 노력
스마트HR·아타마플러스 등 AI기업도 약진...우주기업도 10위권 내
올해 日스타트업 투자 규모 최고치 예상...'창업 불모지' 탈피 노력
미래 산업 먹거리를 두고 각국의 경쟁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과거 '창업 불모지'로 불렸던 일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스타트업 투자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 속에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1000억엔)을 넘긴 '유니콘' 기업도 6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년간 일본에서 유니콘 기업이 총 6개 탄생해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닛케이가 일본 벤처캐피털협회(JVCA)와 공동으로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NEXT(넥스트·차세대) 유니콘 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는 투자자 정보 제공 서비스인 케플의 협력으로 일본 내 미상장 기업 175개의 9월 말 기업가치를 추산했다.
이는 각각 △프리퍼드네트웍스(AI 개발, 3561억엔) △스마트뉴스(뉴스 플랫폼 앱, 2017억엔) △스마트HR(클라우드 기반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HR SaaS, 1731억엔) △TBM(플라스틱-종이 대체 소재 개발, 1336억엔) △스파이바(차세대 소재 개발, 1312억엔) △히로츠 바이오사이언스( 조기 암 발견 검사, 1026억엔) 순이다.
이 중 프리퍼드네트웍스(2020년 9월 기준 기업가치 3571억엔)와 스마트뉴스(1237억엔), TBM(1233억엔)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유니콘 기업 자리를 지켰다. 올해 일본 내 스타트업 기업가치 2위를 차지한 스마트HR의 경우 지난해보다 기업가치가 무려 1411억엔 늘어나며 1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들 6개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치 합계액은 총 1조983억엔(약 11조3940억원)으로, 지난해 유니콘 기업을 기록한 3곳의 기업가치 합계액보다 39% 늘어난 액수다.
◇올해 日스타트업 트렌드···AI·탈탄소·우주
닛케이는 올 한 해 스타트업 트렌드에 대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술, 탈탄소 관련 기술, 우주 개발 산업 관련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일본 내 스타트업 산업은 핀테크(금융 기술) 위주에 국한했지만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형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상위 10개 중 AI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기업은 6곳에 달하며, 우주 관련 산업 역시 각각 7위와 8위를 차지한 아스트로스케일홀딩스와 아이스페이스 등 2곳이 2년 연속 포진했다.
해당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스마트HR와 10위인 아타마플러스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다. 특히 이들 두 기업은 올해 큰 성장세를 기록해 일본 내 AI 산업 열풍을 증명했다. 스마트HR와 아타마플러스는 지난해 대비 각각 13위와 50위 높아졌다.
스마트HR는 인사·노무 관리에 최적화된 클라우드형 기업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창업해 6년 만에 4만곳 이상의 회원사를 모집했으며,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 회원사 역시 스마트HR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향후 회사는 그간 축적한 인사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내 인력 문제점 발굴 등 조직 관리 시스템도 확충할 예정이며, 이러한 기술과 계획을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미국 유력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에서 투자금 156억엔을 조달했다.
일본 에듀테크 기업인 아타마플러스는 해당 앱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학습 교재와 강의 동영상 등을 최적화해 전달하고 연습 문제를 출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AI 기술을 활용해 각 학생의 학습 이력, 문제 해결 시간, 학습 진도는 물론 집중도, 기억력 등 각종 정보를 분석한다.
◇日 여전히 '창업 불모지'···생태계 개선 노력 박차
다만, 일본의 스타트업 시장은 세계 3위인 경제 규모에 비해 여전히 크게 작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지난 2017년 3개에서 올해 15개로 크게 늘었다. 특히 두나무의 경우 유니콘 기업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에 등극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각각 470개와 169개에 이른다. 인도와 영국 역시 각각 48개와 34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일본 내 전체 스타트업 규모는 약진한 모양새다. 이날 신문은 기업가치 100억엔 이상인 스타트업을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꼽고 있는데, 올해 이에 해당하는 기업이 81개로 조사 이래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기업가치 합계 역시 2조8718억엔으로 전년 대비 28%나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스타트업 투자도 크게 줄었던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앞서 공개된 또 다른 보고서 역시 올해 일본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스타트업 정보지 이니셜 재팬(INITIAL Japan)이 지난 8월 20일 발간한 ’2021년 상반기 일본 스타트업 펀딩 현황(Japan Startup Funding 2021: Mid-Term Summary)'에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내 스타트업이 조달한 투자금 총액은 3245억엔 수준이었다. 이는 상반기 투자액만으로도 지난 2017년 연간 조달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니셜 재팬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2년 당시 일본 내 스타트업이 조달한 투자금 총액은 641억엔이었다. 이후 이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2019년에는 5522억엔까지 치솟았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업이 투자 지출을 줄이면서 투자 총액은 소폭 감소한 5222억엔을 기록했다.
이니셜은 지난해 기업들이 자금 지출을 최소화하는 '버티기'에 돌입했다고 지적한 후 올해 상반기 기업들이 다시 성장에 집중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매체는 올해 상반기 각 스타트업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기간(투자 시리즈)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스타트업 업계의 신규 투자 유치 기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장기화했는데, 이는 각 기업이 투자금을 성장·기술 개발 등을 위한 재투자에서 경영 유지 용도로 돌리고 지출을 줄인 것으로 본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일본 스타트업 산업 전체에서 투자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투자금을 유치하는 스타트업 숫자는 2012년 1161개에서 2018년 2619개까지 증가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니셜은 스타트업 1개사당 조달액이 대형화하는 추세가 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일본 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같이 일부 개선된 데는 일본 내부에서 창업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9일 닛케이는 '투자 부재, 유니콘 불모지'라는 기사에서 자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유니콘 기업이 적은 원인으로 창업에 소극적인 대중의 인식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과도한 시장 규제 등을 지목했다.
일본 정부 역시 자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일본판 실리콘밸리’로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을 중심으로 4대 도시권을 선정하고 2024년까지 4대 권역에서 35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들 4대 권역에 소재한 스타트업에는 일본 정부의 기업성장자금 보조금이 우선 지급되고 정부 조달 입찰에서도 우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