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행정법제위원회 출범] 민관, 행정법제도 개선 논의 첫발

2021-12-06 08:00
행정기본법 바탕…"법치행정·행정 민주화 앞장"

국가 차원의 행정법제도 자문기구인 '국가행정법제위원회'가 출범했다. 법제처 소속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위원회는 행정법제도 개선과 행정법 발전을 논의한다.

위원회 설치는 '행정기본법' 시행령에 따랐다. 올해 3월 제정된 행정기본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만들어진, 행정 분야의 모든 사항을 규정한 '기본법'이다. 위원회는 이런 행정기본법의 개정·보완, 법령 정비, 입안심사 기준과 입법 영향 분석 등을 다룬다.

◆"국민 권익 보호···국민 눈높이에서 행정법제도 개선"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2월 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국가행정법제위원회 출범식'에서 홍정선 국가행정법제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원회는 두 명의 위원장과 3개의 분과위원회를 둔다. 이강섭 법제처장, 홍정선 전 연세대 교수(민간위원장)가 초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장과 위원 임기는 2년이며 국무총리가 위촉한다. 민·관 위원은 총 38명이다.

이 중 민간위원들은 행정법제도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와 관련 단체, 국회·법원행정처·헌법재판소·정부출연연구기관 등 34개 기관에서 추천한 다양한 행정법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법치행정과 행정 민주화에 앞장선다는 각오다. 이 처장은 "앞으로 위원회가 행정법제도 원칙과 기준을 정립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입법 과제를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행정을 할 때 방향·가치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위원회 출범식에서 "행정이 당위성, 정당성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위원회는 행정법제도 개선과 행정법 발전을 논의할 때 국민 눈높이를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정기본법은 국민 권익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도 주지했다. 김 총리는 "행정기본법을 제정한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니고,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행정, 국민이 더 편한 행정, 국민에게 더 따뜻한 행정을 하기 위해서다"라며 "정부나 공직자·법조인들이 편하자고 만든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국민 입장에서 보고 전문성을 더해서 민관 합동 범정부 자문기구 역할을 잘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출범식을 마치고 제1회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운영세칙안 등을 공유하고, 국내 최초로 도입돼 내년부터 실시되는 입법영향분석 대상을 논의했다. 공공재정 부정수급 환수 및 제재 제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제도, '민식이법' 시행 이후 실태 등 5건이 해당한다.

위원회는 "입법영향분석 대상이 확정되면 내년 초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소관 부처와 협력해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 위한 행정기본법···"선진국 앞선 입법 성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위원회 설립 등에 근간이 된 행정기본법은 무엇일까. 기존 '행정절차법'이 그 시작이다.

행정 원칙과 공통사항을 규율하는 법률의 필요성은 1960년부터 대두됐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와 판례 부족 등을 이유로 행정절차법이 1996년에 먼저 제정됐다. 이후 행정의 실체적 내용을 규율하는 법률 제정에 대한 건의가 학계·법조계에서 잇따랐고, 법제처는 두 차례 연구용역을 통해 법률 제정을 준비했다.

행정기본법 제정 작업은 2019년 본격화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불편을 개선하는 사안마다 수백 개의 개별법을 정비하기보다 일반적인 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전체 법령 중 행정 법령이 4600여개에 이르지만, 민사(민법)·형사(형법)·상사(상법) 분야와 달리 적용·집행 원칙, 입법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행정기본법은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어 3월 23일 자로 공포됐다.

이 법은 공무원에게는 업무 수행의 기준이 되는 '직무 규범'으로 작용한다. 국민에게는 '권리 규범'으로서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법제사적 측면에서도 행정 실체 규정에 관한 단일 법전이 없는 미국·독일·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 앞서는 입법 성과라고 법제처는 강조했다.

행정기본법은 실생활 속 변화를 야기했다. 대표적으로 '공소시효 제도'가 있다. 형사법에서는 범죄 행위가 발생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행정 법령에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들이 있지만, 인·허가 취소와 같은 제재 처분을 할 때 이런 시효를 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법 위반 사실을 잊고 살던 사업자가 갑자기 영업장 폐쇄 등 처분을 받고 당황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판례 등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들어 일정기간 후에는 이런 제재를 내릴 수 없도록 했지만, 해당 내용이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아 공무원들이 행정 실무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행정기본법은 제재 처분 행사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법 집행에 따른 국민 피해가 없도록 했다. 예측 가능한 적극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입신고, 영업신고 등 각종 신고에 있어서도 기준이 통일됐다. 종전에는 신고서를 제출만 하면 접수가 끝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내용 심사에 이어 신고증서를 받아야 효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신고여도 운용이 제각각이었던 셈이다.

행정기본법은 수리가 필요한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을 적시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밖에 개발 사업 인·허가 때 부과하는 조건 중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것은 제한하는 규정도 뒀다.

이 처장은 "국민과 공무원 모두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직 전체에 적극행정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도 있다"며 "행정기본법이 권익 보호와 투명하고 일관된 법 집행의 초석이 되고, 우리 행정법 수준을 한층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