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파트값 상승률 둔화..하락세 신호탄?

2021-12-06 07:35
거래량 줄고 매물 늘어, 아파트값 상승세도 둔화

경기도에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 달 새 1억원 이상 떨어진 사례가 나오는 등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경기도 모든 아파트는 대출규제의 영향권에 든 상황에서 매수자들의 자금 여력과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경기도 포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경기도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25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2019년에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각각 2만4011건, 2만840건이었음을 고려하면 7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거래감소는 올 9월부터 두드러졌다. 9월 1만22건, 10월엔 7980건으로 1만건이 채 거래되지 않았는데 이는 2019년 6월 이후로 처음 1만건 이하를 기록한 것이다.
 
앞서 경기도는 9억원 초과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광역급행철도(GTX) 및 신도시 건설 등 개발호재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경기도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아파트값이 20.91% 올랐는데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인 7.12%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량이 줄며 가팔랐던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 10월 초 0.41% 올랐던 경기도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8주 연속 둔화하면서 이번 주 0.17%로 줄었다.
 
경기 시흥시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거래 공백이 길어지면서 시세 이하로 내놓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실거래가도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광명역푸르지오 전용면적(이하 전용) 84㎡는 10월 10일 14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11월 7일 12억50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약 한 달 사이 1억2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98㎡는 반년 만에 약 3억원가량 떨어졌다. 지난 5월 7일 15억원에 거래됐던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지난 11월 1일 12억원에 거래됐다.
 
광명과 함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시흥도 하락 거래가 잇따랐다.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도 지난 10월 11일 9억원에 매매됐으나 지난 11월 3일 7억4000만원에 매매되며 한 달 새 1억원 넘게 떨어졌다.
 
'김포 한강신도시 e편한세상' 전용 140㎡도 지난 9월 9억3000만원에서 지난 10월 8억6700만원으로 6600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하남위례엠코타운센트로엘' 전용 98㎡는 지난 9월 18억3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11월 20일 17억5000만원으로 내렸다. 인덕원의 '인덕원센트럴자이' 전용 84㎡도 지난 8월 13억원에서 지난 10월 26일 11억8000만원으로 값이 내렸다.
 
경기도의 매도세도 커지고 있다. 81주 만에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주간 아파트 수급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이번 주 99.5를 기록했다. 전주 100.1에서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5월(99.4) 이후 81주 만에 처음 기준선 밑으로 내려갔다.
 
경기도의 매도세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도 99.3을 기록하며 100 이하로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가 기준선(100) 밑으로 내려간 것도 지난해 5월(99.7) 이후 처음이다.
 
수급지수는 기준선(100)에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쉽게 말해 100 미만이면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경기도 아파트 매물도 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파트 매물은 8만1118건으로 한 달 전인 지난 11월 6일(7만4932건)과 비교 할 때 8.2%가량 늘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경기도 아파트가 가격이 단기간 급등했던 부분이 있었고, 또 최근 대출규제의 영향도 받았다"며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 조금 낮은 가격에 정리를 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집주인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출규제로 인해 자금 여력이 줄어든 매수자들은 조금 더 조정이 되길 바라면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 집주인을 제외하고 (다수는) 아직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며 "이에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 여부에 따라 집값이 많이 좌우되는 중저가 단지는 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락 전환을 통한 대세 하락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대출규제를 통한 인위적인 가격조정으로 거래량 등이 줄었지만, 수요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일 팀장도 "하락 거래도 있지만, 여전히 신고가가 나오는 단지도 있다"며 "현재 상황은 상승세 둔화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