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저물가·코로나·기시다'...일본의 3대 미스터리, 왜?②
2021-11-26 16:28
최근 일본은 국제 경제·사회 상황과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각국이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에 돌입하며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중에도, 최근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명대'에 불과하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구촌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일본은 '마이너스 물가'를 걱정하고 있다.
신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정국 불안 상황을 수습하며 정치도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수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성난 여론이 '정권 심판'을 외치는 것과는 상반한 모습이다.
◇인플레는 호재...코로나 개선·경제 부활, 기시다의 장기 집권 꿈
최근의 코로나19 개선세는 신임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정권 심판' 여론이 강했던 지난 9월 말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이전 내각보다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NHK의 월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과 10월 조사에서 그는 각각 49%와 4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직전 총리였던 스가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무려 62%의 지지율로 내각을 출범했고 아베 전 총리 역시 새 내각을 출범할 때마다 50~60%의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일본의 코로나19 상황 개선과 함께 10월 중순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이달 53%까지 급상승한 모양새다. 내각 비지지율 역시 25%에 불과하다. 스가 전 총리가 불과 2개월 만에 20%p(포인트)의 지지율을 잃은 것과는 상반한 것이다.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과거 대규모 재정 완화책으로 장기 불황을 끝내겠다는 아베 전 내각의 경제 성장 정책인 '아베노믹스'에도 꿈쩍하지 않던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적절한 수준의 물가 상승세는 소비나 기업의 투자로 시중에 돈이 흐르게 해 경기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경제 활력을 오랫동안 잃었던 일본 경제는 국제적 인플레이션 상황에도 자국의 물가 지표는 제자리를 걷고 있다. 장기간 임금 상승세가 멈췄던 탓에 가계 소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와 공급망 차질로 기업의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이 겹치자 재패니피케이션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생산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야 하는데, 민간의 소비 여력이 부족한 탓에 상품 가격 인상이 어렵자 기업은 이윤 축소로 이를 소화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다시 기업의 설비투자 축소와 노동 임금 감축으로 이어진다면 일본 경제는 이번에도 장기불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지난 19일 55조7000억엔 규모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18세 이하에게 일괄적으로 10만엔의 급부금(재난지원금)을 주고 사업자에게는 최대 250만엔을 지원하는 등 민간의 소비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 있다.
또한 26일 기시다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를 열고 경제계에 3% 이상의 임금 인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내년 2~3월 노사 협상이 이뤄지는 춘투 기간에 공식화하며 본격적으로 경제계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장기 집권은 이들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낼지 여부가 관건이다. 중산층의 부활과 일본 경제의 회복을 목표로 내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기조는 아직까지 기시다 내각 지지율의 바탕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이 향후 '아베노믹스'와 같이 막을 내릴 경우 민심 이탈이 거세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