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깬 신동빈 회장…파격인사로 ‘뉴 롯데’ 재정비
2021-11-25 16:0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해 순혈주의를 깨고 처음으로 비(非) 롯데맨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그룹 경영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헤드쿼터(HQ) 체제로 바꾸는 내용의 2022년도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BU 체제 폐지는 지난 2017년 도입 이후 약 5년 만이다.
롯데는 그간 BU 체제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거듭난다.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각 그룹사의 자율경영과 책임 경영을 강화함에 따라 롯데지주는 지주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한다. 또 지주사와 HQ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사업지원팀도 신설했다.
◆ 외부 인재 수혈…유통군 총괄대표에 김상현 부회장 선임
신 회장은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환으로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했다.
그동안 롯데쇼핑을 이끌어온 강희태 부회장이 퇴진하고 외부 출신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이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김 총괄대표는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사업부 대표로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최병환 CGV 전 대표를 영입했다. 롯데멤버스에는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 정봉화 상무를 DT전략부문장으로 임명했다.
호텔 BU를 이끌었던 이봉철 사장이 물러나고,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호텔 사업군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안 총괄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김교현 화학 BU장은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고 이영구 식품 BU장이 식품군 총괄대표를 담당한다. 이 총괄대표는 롯데제과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여성과 외국인 임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도 강화했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6명의 신규 여성임원이 배출됐고, 마크 피터스 LC USA 총괄공장장도 신규임원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