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테마시대…시장 비중 10%·투자금액 10조원 돌파

2021-11-20 20:1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환경, 전기차, 2차 전지, 기후변화, 탄소배출권, 메타버스 등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다양한 테마형 상품이 등장하면서 투자 자금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테마형 ETF 시장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중장기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테마형 ETF 1년새 30개 늘어…투자금은 3배 이상 'UP'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41개였던 테마형 ETF는 현재 71개로 약 1년 사이에 30개 증가했다.

테마형 ETF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해 말 3조779억원에서 12조12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로써 국내 전체 ETF 시장에서 테마형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98%에서 현재 17.16%로 3배 이상 커졌다.

ETF별로는 다양한 테마 중에서도 전기차와 2차 전지 테마 관련 ETF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 ETF'의 순자산총액은 2조8233억원으로 테마형 ETF 중에서 가장 크다. 2차 전지 관련 테마형 ETF인 'TIGER 2차전지 테마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 산업 ETF'는 각각 1조1361억원, 1조17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2차 전지, 미디어 및 콘텐츠, 게임 등으로 상위권이 나눠진 상황이다. 현재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테마는 미디어 및 콘텐츠와 게임 테마형 ETF다. 최근 메타버스를 비롯해 대체 불가능 토큰(NFT)가 국내외 증시에서 이슈인 만큼 관련 ETF의 수익률도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TIGER 미디어 컨텐츠 ETF'로 1년 전보다 108.51% 상승했다. 이어 규모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TIGER 2차전지 테마 ETF'가 105.32%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의 'KB STAR 게임테마 ETF'는 104.49% 수익률로 수익률 상위 ETF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게임 ETF'도 104.35% 수익률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다양한 테마형 ETF가 신규 상장하고 투자 자금도 빠른 속도로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테마는 단연 메타버스다. 지난달 13일 국내 증시에 상장한 메타버스 ETF 4종에는 출시 약 1개월 만에 70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 메타버스 ETF'에 가장 많은 3225억원이 집중됐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 액티브 ETF'에는 2956억원이 모였다. KB자산운용의 'KB STAR iSelect 메타버스 ETF'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메타버스 MZ ETF'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705억원, 115억원을 기록 중이다.

테마형 ETF 시장의 몸집이 이 같이 커진 것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테마형 ETF 역시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테마형 ETF에 지난해 320억 달러(약 38조원)의 자금이 유입된 데 이어 올해에는 10월까지 327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다. 테마형 ETF 종류의 경우 2019년 말 112개에서 올해 3분기 말 현재 198개로 늘었다.
 
 
◇투자 수요 확대·퇴직연금 등 영향…"시장 더 커질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테마형 ETF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다양해진 투자 수요가 꼽힌다.

서세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성장이 가속화됐는데 재택근무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전자상거래 등 관련 테마 투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테마형 ETF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테마에 대한 수요 증가와 투자 위험 분산 목적도 테마형 ETF 투자 확대 배경으로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ETF 데이터 분석 업체 트랙인사이트(TrackInsight)의 올해 글로벌 ETF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인 48%가 포트폴리오 10% 이상을 테마형 ETF에 투자하고 있고 4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17%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테마형 ETF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66%가 장기 성장산업이나 테마에 대한 전략적 투자라고 응답했다"며 "투자 분산을 위한 것이라는 응답도 53%로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트렌드에 대한 투자나 확신이 테마형 ETF 투자의 주요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퇴직연금을 통해 펀드 및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 점도 테마형 ETF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통한 ETF 거래가 허용됐다. 이후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집합투자증권 투자는 2016년 9조4777억원에서 지난해 22조2588억원으로 134.85% 급증했다.

이처럼 다양한 테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자 자산운용사들도 테마형 ETF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오는 24일 골프를 테마로 한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해당 ETF에는 국내 골프장과 골프 의류 및 용품, 스크린골프 등 골프 관련 기업들이 담길 예정이다.

강 연구원은 '희소한 성장'에 대한 수요가 최소 5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테마형 ETF 시장 확대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부채나 인구 고령화처럼 장기적으로 과거보다 낮은 성장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들의 변화가 쉽지 않다"며 "테마형 ETF를 통한 투자는 미래에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