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검찰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이유는?

2021-11-17 08:06

[사진 = 신풍제약]

신풍제약이 최근 몇 년 사이 법률전문가 몫 사외이사에 검찰 고위 관료 출신을 연이어 영입,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는 전형적인 전관예우 행태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법당국 수사 등 법률 이슈 대응을 위한 이른바 ‘방패막이’ 선임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풍제약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4인의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조현제·한승철·정진영·이찬호씨다. 조현제와 이찬호씨는 각각 경영학·화학 분야와 재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주목할 점은 신풍제약이 법률전문성을 사유로 임명한 한승철·정진영 사외이사다. 신풍제약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한 씨와 정 씨를 각각 사외이사로 임명했는데 모두 고위직 검찰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8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한승철 이사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검사,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을 지냈다. 2012년 사직 후 현재 대륙아주 법무법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재임명됐다. 사외이사와 함께 감사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한 씨는 현재 신풍제약 뿐 아니라 CMG제약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정진영 이사는 제주·창원·서울서부·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을 거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인물이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2022년 3월까지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신풍제약이 전직 검찰 고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데는 최근 불법 리베이트, 탈세 등 각종 논란에 연루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법당국 수사와 조세불복 소송 등 법률 이슈 해결을 위한 이른바 ‘방패막이’ 선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신풍제약은 최근 몇년 사이 다양한 송사에 연루돼 왔다. 지난 2016년에는 세무조사 후 추징받은 수 백억원의 세금에 대해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17년에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최근에도 특별세무조사 종료 후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등 약 80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또다시 조세불복에 나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전관예우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제약업계에서 사외이사 임명 시 전관예우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면서도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고위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데는 회사 차원의 목적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신풍제약의 전관 사외이사들이 과거 법조인으로서 크고 작은 법·도덕적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중요한 역할이 회사 경영활동에 대한 견제·감시인 만큼 이사 선임시 능력과 함께 도덕성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승철, '스폰서 검사' 논란 후 무죄 받아…정진영, 과거 변호사법 위반 의혹 제기돼

한승철 이사는 지난 2010년 4월 방영된 MBC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문건 속 인물로 거론돼 특검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09년 식사 접대와 함께 현금 1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었다. 당시 PD수첩은 부산 경남 지역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 및 촌지를 제공했다는 중견 건설업체 사장 정모씨의 문건에 대해 다뤘는데 이 문건에 당시 대검 감찰부장이었던 한 씨가 포함돼 파장이 일었다.

법무부는 이 사건으로 한 씨에게 면직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구성된 특별검사팀도 한 씨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겼고, 특검은 한 씨에게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2심, 대법원 재판부는 한 씨에 대해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 씨는 면직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해 2012년 2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복직됐다 같은 해 5월 사직했다.

한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한 전 부장이 정씨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고 현금 100만원을 수수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직무와 관련됐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한 씨는 법적으로 무죄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과거 논란은 그의 꼬리표로 따라 다녔다. 대표적으로 2016년 초 당시 국민의당 창당 준비위원회는 한 씨를 영업인사로 거론했다 과거 행적(향응)이 문제돼 철회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정진영 사외이사도 각종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2010년 7월 검찰 퇴임 후 곧바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1년 7월에는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가 같은해 8월 정 씨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하면서 적정성 논란은 더 커졌다. 당장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조세 포탈범을 변호하려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2011년 7월 시도상선의 서울 서초동 본사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권혁 회장이 전직 검찰 간부인 정진영 변호사 등 3인에게 각 수 억원씩을 변호사 수임료로 줬다고 기록한 서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당시 선박왕으로 알려진 인물로 2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권 회장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인 10여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지만, 정 씨를 포함한 전관 변호사들은 검찰에 선임계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변호사법에는 변호인 선임계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는 사건을 변호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