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결국 벨라루스 제재 확대...수일 내 규제 항공·여행사 확정
2021-11-16 11:27
유럽연합(EU)이 '난민 밀어내기(이민자 밀수)' 의혹을 받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벨라루스 사태가 러시아와 서구 유럽 국가의 힘겨루기 국면으로 흐르는 가운데, 현 상황을 타개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25개 EU 회원국은 벨라루스에 대한 신규 제재 부과에 합의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벨라루스의 난민 밀어내기 의혹을 '난민을 활용한 EU 에 대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가담한 개인과 조직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결정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난민의 도구화에 강력히 대항하겠다는 EU의 결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AP는 EU가 향후 수일 내에 자산 동결이나 여행금지 제재 대상 항공사와 여행사 명단을 확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보렐 대표는 프랑스 시사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EU의 추가 제재 방안을 예고한 바 있다. 해당 보도에서 보렐 대표는 EU가 난민 밀어내기 의혹에 연관된 여행사와 항공사에 대한 자산 동결과 함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행정부 내 관료 30여명에 대한 개인 제재 등의 EU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U와 벨라루스의 갈등은 지난 6월 루카셴코 정권이 자국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데서 시작했다.
이 사건 직후 EU는 곧바로 미국과 함께 벨라루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행했다. 당시 루카셴코 정권 주요 인사 78명과 8개 단체에 대한 개인 제재과 함께 벨라루스 정권의 주요 수입원인 탄산칼륨 비료 수출, 담배 산업, 석유·석유화학 제품, 금융 부문을 겨냥한 제재 등이 포함했다.
양측의 갈등은 최근 벨라루스의 난민 밀어내기 의혹으로 다시 긴장감이 고조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3만명 이상의 중동 지역 난민이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국경을 통해 EU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개월간 이들 난민의 수가 급증했는데, 이에 대해 EU는 벨라루스가 자국의 항공기를 통해 러시아를 포함해 10여개국에서 중동 지역 난민을 수도인 민스크로 실어나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EU는 러시아 당국이 해당 사태를 배후에서 기획했을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와 EU의 경계인 폴란드 국경에는 40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난민들이 폴란드 국경수비대·경찰 1만5000여 명과 대치 중이다.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병력 역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집결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각각 전화 통화를 하고 해당 사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병력 대치 상황을 우려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수호를 지지한다는 뜻을 반복해서 피력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난민과 이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독일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통화로 서구 유럽 국가와 벨라루스, 러시아가 의견 교환을 이어가자는 데는 합의했으나,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만한 신호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