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 뚝심으로 해외시장 개척...과감한 R&D 투자 주목

2021-11-15 06:00

“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대한전선의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에너지·전력 산업의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이 지난 5월 열린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를 공표식에서 밝힌 출사표다. 당시 공표식은 호반그룹 내에서 대한전선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뉴 대한 인 호반(New TAIHAN in HOBAN)’으로 명명됐다. 향후 호반그룹 내에서 대한전선의 입지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국내 최초의 종합전선회사로 전력·통신용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전선 업계에서 2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미주, 유럽, 중동 등 주요 시장에 생산 기지와 지사를 구축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위상을 높여왔다.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최근 대한전선의 발행 주식 40%를 사들여 최대 주주에 올랐다.
 
호반 새 식구 된 대한전선 “그룹서 적극 지원”…인수 시너지 기대

지난 5월 열린 'New TAIHAN in HOBAN' 기념행사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김선규 호반그룹 총괄회장,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호반그룹 제공]

대한전선은 지난 5월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영문 사명을 기존 ‘Taihan Electric Wire’에서 ‘Taihan Cable & Solution’으로 바꾸면서 주택건설업과 부동산개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모 기업인 호반산업과의 사업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선규 호반그룹 총괄회장은 “대한민국 전력 분야에서 반세기 넘는 역사를 간직한 대한전선이 호반과 한 가족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호반그룹과 함께 대한전선이 케이블과 에너지, 전력 분야 강자로 우뚝 서도록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반그룹과 한 식구가 되면서 나 사장은 새로운 비전을 위해 “R&D와 설비투자 확대 및 생산 현지화를 통해 본업인 케이블 사업에서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광통신 등 연관 산업으로의 경쟁력 강화에 지속 노력하겠다”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호반그룹 편입 이후 첫 투자로 국내외 광케이블 사업을 택했다. 지난 8월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과 쿠웨이트에 광케이블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사업 본격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나 사장은 기존에 영위하던 동통신 케이블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통신 분야 성장을 도모하고 종합 통신 케이블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충남 당진공장 내 통신케이블 공장에 광케이블 설비 구축을 확정, 내년 상반기에 제품 양산이 가능하도록 이달에 설비 발주를 마칠 예정이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는 쿠웨이트의 유일한 광케이블 생산법인인 쿠웨이트대한도 설비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쿠웨이트시티의 미나 압둘라 산업단지에 공장 부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로, 공장 착공과 설비 발주를 속행해 내년 상반기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전선은 당진공장과 쿠웨이트대한, 남아공의 M-TEC 등에서 약 500만f.km(파이버 킬로미터)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단계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당진공장은 미국과 아시아, 쿠웨이트대한은 중동 및 유럽, M-TEC은 아프리카 시장을 각각 표적으로 삼고 있다.
 
나형균 사장, 공인회계사 출신 CEO…연구 개발·해외 투자 집중
나 사장은 일찌감치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한전선은 작년 연구개발비로 30억5786만원을 집행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사용 비율은 0.21%로, 2019년 0.14%에서 각각 증가했다. 앞서 2018년에도 대한전선은 이 비율에서 0.12%를 기록해 3년 연속 비중을 늘렸다.

대한전선은 △기술연구소 △기기기술팀 △산업전선기술팀 △통신기술팀 △초고압기술팀 등 5개 연구개발 담당 조직을 두고 있는데, 이는 업계에서 눈에 띄는 R&D 인력 풀(Pool)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조직은 최근 해저케이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1월 내부 전문가로 구성한 전담 TF를 구성, 대규모 해저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바다 근접(임해) 공장을 연내에 착공, 2022년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손에 꼽히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회사로, 국내 기업 중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만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 [사진=대한전선 제공]

재계에서는 이러한 투자와 연구개발 확대가 지난해 5월 신임 대표집행임원에 선임된 나 사장의 리더십 덕분이란 해석이다. 대한전선의 대표집행임원은 이사회와 별개로 업무집행 전담 임원을 두는 집행임원제도의 CEO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MBA(경영학 석사)를 이수한 나 사장은 삼성KPMG, 삼일 등 대형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와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전략 및 재무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2011년 ㈜마이다스 대표, 2013년 안셀코리아㈜ 대표 등을 거쳤고 2015년 대한전선 수석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조직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대한전선 이사회 측은 나 사장에 대해 “본업인 전선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된 재무구조가 만들어진 시점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경영상황이 안정화된 만큼, 내실을 강화하고 변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으로 나 사장을 중심으로 전선 산업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 사장이 취임 이후 끊임없이 출장길에 오르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는 동시에 R&D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나 사장 취임 이후 해외 권역별 거점본부를 신설했다. 2019년 하반기엔 호주와 미국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 지난해엔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시장을 확대했다. 특히 지난 9월 미국에서 420억원 규모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해외 수주고를 착착 쌓고 있다.

그 결과 대한전선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33억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한전선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대한전선 측은 지난해부터 쌓여 있던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올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 4563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81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1% 늘었고 수익성 지표는 모두 흑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전선 수주총액은 1조9799억원이다. 기납품액을 제외한 수주잔고는 1조540억원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에서 수주한 고수익 프로젝트가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미 확보해 놓은 프로젝트의 진행 촉진 및 신규 수주 확대 등을 통해 하반기 경영 성과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사진=대한전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