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인플레 심리 고착 막으려면 인프라법 필요"...경제 불평등 개혁 강조

2021-11-10 11:27
파월도 "연준, 불평등 해소 역할 한계"...재정 정책 강조, 한 목소리

미국 경제 당국의 두 수장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한 목소리로 '인프라 투자법' 통과를 촉구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심리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 불평등 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9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은 마켓플레이스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진단하고 인프라법(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을 통한 장기 경제 개혁을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노동 경제학자이자 미국 재무장관으로서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진단하고 인프라법의 필요성을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그는 "(미국) 경제와 사람들에게 인프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우리(미국 행정부와 정치권)가 해야할 일"이라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서 단기 (경제) 자극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경제 성장을 억눌러왔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옐런 장관은 인프라법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자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프레이션 심리 고착화를 막을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1970년대 당시의 고물가 상황이 다시 재현하도록 현재의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허용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

옐런 장관은 당시의 고물가 상황이 정책 결정자의 무위'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통화·재정정책의 불변을 예상한 시장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앞다퉈 임금을 인상하며 인플레 심리를 고착시켰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면 (경제적으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이는 기업의 비용을 높여 물가가 다시 상승한다"면서 "중앙은행이 개입해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임금과 물가 상승세가 악순환하는 나선형 구조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의 우려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아닌, 인플레이션 심리 고착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자기실현적 예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두 가지 이유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일시적인 상황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할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우선, 미국 연방정부의 단기 부양책으로 경제가 회복하면서 나타난 문제라는 것이다. 경기 부양책으로 가계 소득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소비 트렌드가 기존의 서비스 지출에서 실물 상품과 여행·요식업 지출 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여파로 상품의 대한 수요가 급증한 반면, 국제 공급망과 미국 내 물류망에 혼선이 생겨 상품 공급 능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는 점도 물가 상승세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이런 요인이 중장기적인 시점에선 오히려 '반(反) 인플레이션'의 성격(anti-inflationary)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부양책의 효과가 끝나고 향후 가계의 소비 패턴이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온다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해당 요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우려 완화에 따라 노동자가 일자리에 복귀한다면 경기 회복세로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할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이미 미국의 실업률은 이미 4.6% 수준으로 떨어지며 일자리는 충분한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옐런 장관은 대규모 재정 정책인 인프라법이 유발하는 물가 상승세보다 인플레이션 심리 고착을 방지하는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세에도 노동자들의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하지 않는다는 경제적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어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인상하고 인프라법을 '초당적인 협력'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내년도 예산안(2차 인프라법)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유예법을 임시로 처리한 미국 의회는 다음 달 3일 해당 임시법안이 만료하기 전에 이들 법안을 발효해야 한다.
 
옐런·파월 '경제 불평등 해소' 한 목소리

같은 날 옐런 장관은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대학이 주최한 경제 컨퍼런스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재차 반복하며 의회의 인프라법 발효를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해당 법안이 미국 경제를 지속가능하고 공평하게 성장시킬 투자"라며 "노동력과 경제 생산성 역량을 확대하는 등 폭넓은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유세 등의 세제 개혁을 통해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4000억 달러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추가 재정적자 없이 사회·경제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준·캐나다중앙은행·영란은행·유럽중앙은행이 공동 개최한 제 3회 경제·금융·중앙은행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대부분의 뿌리깊은 불평등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을 때 경제가 건강하고, 강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뿌리 깊은 불평등으로 일부 미국인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체가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해 재정정책(인프라법)을 통한 경제 불평등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왼쪽부터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사진=CBS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