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기대감↑···정부 ‘2조 투자’에 개발 탄력

2021-11-10 06:00
글로벌 경쟁력 강화 국가 혁신신약 개발사업
항암제, 희귀질환 등 신약개발사업에 집중

JW중외제약 C&C신약연구소 연구진 [사진=JW중외제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전 세계가 백신·신약 개발에 관심을 쏟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 역시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 중인 국가신약개발사업을 통해 주요 제약사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메디톡스, 한올바이오파마, JW중외제약 등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이들 기업은 정부로부터 확보한 연구·개발(R&D) 실탄을 발판 삼아 ‘혁신신약’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의약주권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 전주기 단계의 과제를 선정, 지원하는 범부처 국가 R&D 사업이다.

정부는 신약 개발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2조1758억원(국비 1조747억원·민간 7011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1건, 미국 식품의약국(FDA) 혹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신약 허가 4건, 1000억원 규모 이상의 글로벌 기술 이전 35건을 목표로 한다.

◆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메디톡스 등 정부 지원 대상에 선정

한미약품은 이번 선정으로 향후 24개월간 정부로부터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 신약으로 개발중인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HM15136)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HM15136는 세계 최초 주1회 투여 목표로 개발중인 지속형 글루카곤 유도체다.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와 투여 주기를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돼 체내 포도당 합성을 촉진하는 글루카곤의 짧은 반감기를 개선하는 효능을 갖고 있어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등 저혈당 희귀질환 치료 혁신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은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미국 임상 2상에서 혁신 성과를 입증해 치료제가 없는 미충족 희귀질환 분야의 세계 최초 치료제로 상용화 될 수 있도록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중인 면역항암 항체신약 ‘HL187’도 정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HL187은 지난 2016년부터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이 공동 개발 중인 면역관문억제제로, T세포나 NK세포에서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TIGIT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또한 항체 Fc 부위의 작용 기능(Effector function)을 강화함으로써 면역세포를 더욱 증강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체신약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HL187은 해외 임상수탁기관(CRO)을 통해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경쟁 물질 대비 뛰어난 항암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다. 이번 정부 지원을 통해 신약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안혜경 한올바이오파마 바이오연구소 본부장은 “이번 국가신약개발과제 선정은 한올의 인간항체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면역항암항체 개발에 나서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HL187 개발의 속도를 더욱 높여 제품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메디톡스의 경우 BTK 저해제 계열 항암신약 ‘MT106’ 개발 프로젝트가 후보물질 도출에 필요한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 받게 됐다.

MT106은 메디톡스가 혈액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BTK 저해제 파이프라인이다. 기존 1세대 BTK 저해제인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에서 나타난 ‘C481S’ 유전자 변이 등 내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저분자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연구 자회사 C&C신약연구소의 아토피 피부염 혁신신약 연구가 올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선정에 따라 C&C신약연구소는 STAT3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선도물질을 경구용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STAT3은 세포 내 유전자를 발생시키는 단백질(전사인자)로 STAT3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염증성질환과 자가면역질환 등이 나타난다. 이는 암세포 증식 전이, 약제 내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C&C신약연구소는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산하 기관인 싱가포르 피부연구소(SRIS)와 공동연구로 아토피 환자 80%가 STAT3의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STAT3 활성을 낮춰서 염증과 가려움증을 동시에 잡아내는 물질을 발굴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번 국책과제 선정은 C&C신약연구소가 발굴한 선도물질이 우수한 효능을 보이며 기존 약물의 부작용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구용 아토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라며 “선도물질을 화합물 구조를 최적화해 항염증·항소양(가려움증)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브릿지바이오의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BBT-176’,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ABL103’ 등이 올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최종 선정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을 토대로 해당 시험에 보다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정 유전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표적치료제 개발 고도화에 따라 환자의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기반으로 투약 여부를 판별하는 동반진단 관련 혁신 연구를 통해 보다 종합적인 폐암 치료 솔루션을 위한 노력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비임상 단계에 있는 ‘ABL103’은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동시에 겨냥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유방암과 난소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에 따르면 종양이 이식된 생쥐에 이 물질을 투여한 결과 종양 완전 소실과 장기적 항암효과가 나타났다.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됐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등 임상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한데 이번 정부 선정으로 연구·개발 지원뿐 만 아니라 정부부처와의 소통 역시 더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향후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