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재계 인사] “내년 상황도 불안하다”…재계,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
2021-11-08 05:18
4대 그룹, 교체 폭 줄이며 신사업 이끌 인재 전진 배치
주요 ICT 기업, 조기 인사로 체질 개선…KT 통신장애 경질 인사 주목
주요 ICT 기업, 조기 인사로 체질 개선…KT 통신장애 경질 인사 주목
올해 재계의 인사 시계가 빨리 돌아가고 있지만, 그 규모는 예년에 비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인재 등용보다는 이미 손발을 맞춘 안정적인 내실 인사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을 해소하겠다는 오너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대내외 경영환경은 불안하다.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고 그에 따 부품공급 차질 지속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예측 가능한 인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4대 그룹, ‘안정 속 변화’...유통가, ‘인적 쇄신’으로 선제 대응
유통기업들도 예년보다 발 빠른 인사를 통해 자구책 모색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위기가 여전한 만큼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내년 전략을 조기 수립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포문은 신세계그룹이 열었다. 지난 10월 유통업계 중 올해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 인사를 나눠 했으나, 올해는 한꺼번에 인사를 단행한 점에 눈에 띈다. 이마트부문은 2주, 백화점부문은 두 달씩 각각 앞당긴 셈이다.
현대백화점도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전부 유임시키며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젊은 인재를 신규 임원으로 대거 발탁하고 외부 영입을 통해 쇄신을 동시에 꾀했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 임원 인사를 위해 서두르는 분위기다. 롯데는 지난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인사를 했고, 올해도 비슷한 시기가 점쳐진다.
롯데백화점과 하이마트 등에서 전례가 없는 희망퇴직을 단행한 롯데그룹은 올해 대규모 인적 쇄신과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온라인 사업 핵심 사업부인 롯데온 대표로 지난 4월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사업본부장을 선임했다. 최근 롯데지주에 헬스케어팀, 바이오팀, 디자인경영센터 신설해 외부 인재도 영입했다.
CJ그룹은 내달 중 임원 인사가 예상된다. 지난해 총 9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대폭 변화를 한 터라 올해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부장)의 임원 승진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ICT 기업,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방점...네이버 쇄신 인사 주목
주요 ICT 기업들도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추진을 위한 조기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우선 SKT가 최근 SK스퀘어 인적분할에 맞춰 인사를 단행했다. SKT 수장 박정호 대표가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투자를 지휘하기 위해 SK스퀘어로 자리를 옮기고, 유영상 사장이 SKT 새 대표로 선임됐다.
최근 전국적 통신 장애를 일으킨 KT는 사고 책임을 수습하고 조직 쇄신을 위해 통상 12월에 하던 인사를 예년보다 빠르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만큼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말 그룹사 개편과 함께 주요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연내 대규모 리더십 개편이 예고된 상태다. C레벨 경영진이 모두 교체될 것이 유력하다. 지난 5월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재발을 막으려는 조치의 일환이다. 실제로 네이버 사내엔 한성숙 대표가 사의설이 나오고 있다. 2017년 3월에 취임한 한 대표는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23년까지 네이버를 이끌게 됐으나,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미 직을 내려놓고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대표를 맡고 있다. 차기 CEO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신중호 라인 대표, 김승언 아폴로 CIC 대표, 최수연 책임 리더 등이다.
카카오 또한 대표가 교체가 주목된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2018년 대표가 된 이들은 카카오를 ‘돈 버는 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 시장 독점 이슈 등 기업 이미지 타격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시스템통합(SI) 업계 빅3는 모그룹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 중인데 이 과정에서 실적을 거둔 경영진들의 성과 평가가 올해 인사의 관건이다. 그룹별 정기 사장단 인사에 따라 이들 3사 수장의 교체·유임이 결정된다. 삼성SDS와 SK㈜ C&C는 12월 초, LG CNS는 이달 말쯤 임원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2~3년인 상장 대기업 계열사 대표의 임기를 고려하면, IT서비스 3사 가운데 비교적 최근 취임한 황성우 삼성SDS 대표와 박성하 SK㈜ C&C 대표는 유임해 기존 경영 기조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라며 “해마다 많은 기업이 예년보다 빨라진 인사를 단행해, 선제적으로 경영을 준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