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뒷끝 한방] 손준성은 어떻게 제보자X의 신원과 필명을 알았나
2021-11-07 12:1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준성 당시 대검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 소환조사 이후 대검 감찰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지난 5일 대검 감찰부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의 부하 검사 2명을 추가 입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 등에 대한 재소환을 고려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3일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김 의원은 출석에 앞서 "고발 사주 수사는 부당한 선거개입"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녹취록 속 "저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공익신고자 조성은씨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저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고발장 작성과 사주 주체가 검찰을 의미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김 의원은 "(조사에서) 전체적으로 내용을 봤는데 상당한 ‘악마의 편집’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관련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타난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한 '손준성 보냄' 표시가 달린 자료에는 '이오하'라는 필명의 페이스북 캡처가 대부분 포함됐다. 해당 자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은 '제보자X가 지모씨임'이라는 문구가 달린 메시지도 전달한다. 해당 메시지에도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달려있다.
문제는 이오하라는 필명의 페이스북을 전달하면서 해당 페이스북의 소유주가 제보자X라는 것은 부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 이오하라는 필명이 제보자X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돼 있었던 것. 제보자X는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폭로하라고 강요 미수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제보한 인물이다.
MBC가 검언유착을 취재하던 지난해 3월 23일부터 4월 1일 사이 제보자X의 신원이 노출된 상태가 아니었고, 제보자X가 이오하라는 계정의 소유주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이 조씨에게 해당 자료를 넘겨준 날 조선일보 보도로 제보자X의 신원이 처음 밝혀진다.
다시 말해 김 의원이 조씨에게 해당 자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오하라는 필명의 캡처가 왜 제보자X에 대한 자료인지 설명은 있어야 한다. 연관성이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제보자X는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 당일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해 그의 페이스북에는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설명은 없다. 단순히 '제보자X는 지모씨임'이라는 손 검사가 작성한 메시지만 있을 뿐이다.
한편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4일 김 의원과 뉴스버스 기자와의 통화녹음을 공개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의혹 보도가 나오기 직전 통화한 내용이다.
검언유착 관련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자라는 내용이 있다는 뉴스버스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그쪽의 입장을 전달해준 것 같다. 저는 그걸 받아서 그냥 그대로 패스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만 살펴본다면 검찰에서 김 의원에게 전달했고,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했다는 말이 된다.
김 의원은 여러 차례 해명을 바꿔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김 의원은 "문제되는 문건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조씨와의 통화내용이 공개되자 "(녹취록 속 '저희'라는 표현이) 검찰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을 배제하는 쪽으로 입장을 다시 정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조사한 내용을 분석해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손 검사 밑에서 일했던 검사 2명을 최근 추가 입건하고,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진상조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