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긴축 시대]'영끌족' 추격 매수 끝나…"투기수요 줄며 집값 상승 둔화할 듯"

2021-11-04 18:00
집값 밀어 올린 영끌·빚투 추격 매수 어려워져
대출 왕창 받은 빚투족, 금리인상에 취약
"투기적 가수요 줄며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둔화할듯"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집값을 천장까지 밀어 올린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시대가 저물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가 함께 힘을 발휘하면서 2030 세대의 추격 매수가 차단되고, 대출을 왕창 받은 빚투족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돈줄 옥죄기에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면서 미친 집값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을 지탱해 온 ‘주택공급 부족’ 담론에서 ‘이자부담’ 문제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활활 타오르던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한 풀 죽을 것이란 평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집값 상승세를 지탱했던 2030세대의 추격 매수가 어려워지고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기준금리를 찔끔 올려봤자 ‘집값 못 잡는다’는 생각이 팽배했지만 미국 테이퍼링을 시작으로 금리인상에 가속도가 붙으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이달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전세계 금리인상 기조까지 확산되면 내년에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구나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을 떠받친 ‘주택 공급 부족’ 문제에서 ‘이자 부담, 돈줄 옥죄기'로 시장의 논의가 옮겨가면, 활활 타오르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 대출을 왕창 끌어다 쓴 MZ세대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영끌족’으로 불리는 2030 MZ세대들은 ‘이생집망’(‘이번 생애에 집 사기는 망했다’의 줄임말)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거 집을 사들였다. 한국부동산이 발표한 월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를 분석하면 올해 1~9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2030 매수 비중은 평균 42%로, 작년 같은 기간(36%)보다 6%포인트(p) 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비교적 보유한 현금과 소득이 적은 데다가 부동산에 온갖 대출을 다 끌어모아 투자한 이들은 금리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여러 나라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돈줄을 죄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며 “멕시코, 칠레 등 신흥국뿐만 아니라 노르웨이나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도 금리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을 동반한 유동성 축소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 둔화와 거래량 감소 가능성을 높인다”며 “저금리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 초과 유입됐던 투기적 가수요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주택공급 확대는 장기적으로 갖고 가야 한다”면서도 “당분간 주택공급 부족 문제보다 금리인상이나 통화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3%가 넘은 데다가 내년에도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체감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며 “내년 1월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화되면 소득이 많지 않거나 다중 채무자들의 고민은 매우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