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집값 이상징후]"매수절벽, 하락 시그널vs아직 상승여력 남았다"...혼란스런 수요자들
2021-11-03 18:00
서울 주요지역 중개업소 "매도자 우위, 매수자 우위 '반반'...예측 힘들다"
최고가 거래 이어지는데 가격 낮춘 급매도 병존..."시장에 정상적인 매물이 없다"
최고가 거래 이어지는데 가격 낮춘 급매도 병존..."시장에 정상적인 매물이 없다"
3일 서울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는 강동구 고덕동 일대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일대는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 고덕자이, 고덕아이파크, 고덕센트럴푸르지오 등 약 1만6000여가구가 밀집해 있다.
일대 중개업소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집값 고점론이 힘을 얻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집주인들이 최근 거래가보다 2000만~3000만원 금액을 낮췄지만 사겠다는 문의는 뚝 끊겼다.
고덕동 K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부담감에 대출까지 더 막는다고 하니 매수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는 것 같다"며 "집주인들이 최근 거래가보다 1000만~3000만원 금액을 낮춰 매물을 내놔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상일동 S 중개업소 관계자도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가라앉더니 이달 들어 매수심리가 더욱 꺾이는 분위기"라며 "매수자가 있어도 집값이 15억원이 넘어 대출이 어렵다보니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세대출도 어찌 될지 모른다고 하니 임차인들도 벌써부터 걱정을 한다"고 했다.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 일대 분위기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잠실·대치·삼성·압구정·여의도·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민들은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가뜩이나 거래도 어려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하루에 문의가 한 건도 안 온다"면서 "예전에는 타 지역이나 지방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세금도 문제지만 대출중단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면서 "금리가 4~5%인데 앞으로 더 오르면 부동산 경기도 장기적으로는 침체될 수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J중개업소 대표는 "6개월에 한 건 거래하기도 쉽지 않다. 굶어죽기 직전"이라면서 "중개업자들도 힘들지만 집이 안 팔려서 힘들어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대는 원래 대출이 안 되기도 하지만 집값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아직 부동산 경기하락을 예측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잠실 등 일부 대장 아파트들은 실거래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 상지리츠빌카일룸 전용 210㎡는 지난 9월 52억3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7일 61억8000만원에 거래돼 한달 만에 9억7700만원이나 올랐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9월 31억원 거래에 이어 지난달 36억6000만원으로 한달 만에 3억원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 역시 지난 9월 24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18일 27억원으로 최고가에 거래가 이뤄졌고,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 역시 지난 9월 25억원에서 지난달 18일 26억2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한 달 만에 실거래가를 경신했다.
서초동 인근 중개업소는 "반포 아파트 가격이 오른 걸 생각하면 서초는 아직 가격이 덜 오른 곳이 많다"면서 "일대 호재가 많기 때문에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은 결국 시세가 다 연동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10% 이상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동구 K 중개업소 대표는 "수도권 일부 지역은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서울은 워낙 공급물량이 적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매물이 나와도 실거래가보다 낮은 매물은 없고, 일부 급매는 저층이거나 상태가 형편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정상적인 가격대의 물건이 드물다"면서 "지금은 전세 물건이 소진되지 않는 분위기기 때문에 갭투자로 무리하게 매수하기는 위험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