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흥식 대주교 “교황 방북, 교황청도 노력 중…北에 달렸다”

2021-10-31 19:15
바티칸서 순방 기자단과 만나 설명…코로나19 음성 판정
“文·교황 눈빛부터 신뢰…바이든에 남북문제 전달했을 것”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에서 유흥식 대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이날 바티칸에서 순방 기자단과 만나 “(한국) 정부도 그렇지만 교황청도 여러 경로를 통해 교황님이 북한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 대주교는 지난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확정을 받고 격리됐다가 이날 오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가 해제됐다.

특히 “그쪽(북한 측)에 접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선 상대방(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라며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고 가능하면 (상호) 관계에서 상대가 대답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 대주교는 북한에 대한 교황청의 코로나 백신 지원과 관련해 “교황청에서는 그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어려운 사람 돕는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지금까지 교황청에서 어려운 나라 있다고 했을 적에 뭐든 지원하려고 노력을 했다”면서 “북한이 지금 중국의 것(코로나19 백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청에서 그걸(코로나19 백신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교황과 20분간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졌다. 당초 유 대주교는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 직접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무산됐다.

유 대주교는 문 대통령과 교황 간의 만남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묻자 “두 분이 눈 마주침에서부터 굉장히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듯한 깊은 신뢰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신뢰가 있다는 것을 그동안 교황님이 대화할 때나 대통령님이 전할 때 항상 봤기 때문에 저한테는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것에 대해선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 제가 알 수는 없다”면서도 “분명 교황님께서 한반도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말씀을 하셨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황청은 북한과 직접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북한은 주이탈리아 대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유 대주교는 “(북한과)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지만 북한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노력 중”이라며 교황청 자선단체인 ‘산에지디오’를 예로 들었다.

앞서 2019년 2월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열린 산테지디오 창립 51주년 기념미사와 리셉션에 김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참석해 교황청 관계자들과 만난 바 있다.

유 대주교는 “한국 사람이 교황청 장관으로 있다는 것은 (북한과) 다양하게 접촉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북한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 대주교는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제일 먼저 북한과 수교한 나라”라며 “ 친북 (성향의) 의원들도 있어 그 사람들이 가끔 북한을 가기도 한다”고도 했다.

이후 논의 결과를 교황청 국무원에 전달하는 등 간접적으로라도 북한과의 접촉을 위해 힘쓰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유 대주교는 “이번 주가 지나면 성직자성 장관으로 교황님을 단독으로 뵐 일이 생길 것”이라며 “이번 일(면담)에 대해서 당신(교황)이 말씀을 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유 대주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문 대통령의 안부를 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굉장히 아쉬워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실제로 지난번 (한국에서) 떠나올 때 ‘로마에서 10월에 뵙겠습니다’라고 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