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위기를 기회로…역대급 실적 견인

2021-10-30 08:00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첫해인 2021년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한 힘찬 레이스를 시작하겠다. 모든 경영은 중장기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회사의 미래가치까지 고려하는 균형 있는 전략을 통해 가치 중심의 길로 회사를 이끌어 가겠다."
 

[사진=삼성생명]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취임 2년 차를 맞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 사장이 했던 '새로운 역사 창조' 발언은 올해를 2개월여 남겨놓은 현재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1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전체 순이익에 맞먹는 이익을 냈다. 이 밖에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와 건전성 모두 업계 2위권 보험사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다만 전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산재하다. 4000억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요양병원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을 두고 금융당국이 제재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경우 삼성생명은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 진출이 사실상 불가하다.

◇ 취임 2년 차 역대급 실적 견인

전 사장의 취임 2년 차를 맞은 올해 삼성생명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단기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이익체력을 강화하고 있는 전 사장의 내실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1조23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1.6% 급증한 수치다. 1분기 삼성전자 배당, 연결 이익 증가와 변액보증준비금 회복으로 인한 이차손익이 개선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즉시연금 소송의 패소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액 2779억원을 적립했음에도 사상 최고치의 당기순익을 실현했다.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의 신계약 가치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8163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도 전년 동기(1조3162억원) 대비 10.2% 증가한 1조4511억원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신상품 출시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건전성 역시 보험업권에서 최고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급여력(RBC) 비율은 33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두 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전 사장은 장기적인 이익 실현을 위한 해외 투자도 적극적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영국의 종합부동산그룹 세빌스plc 산하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IM의 지분 25%를 6375만 파운드(약 1013억원)에 취득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세빌스IM은 모두 32조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유럽 중심의 다양한 부동산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운용사다.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13개 나라에 운용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등 글로벌 부동산 네트워크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더해 삼성생명은 지분 인수거래 완료시점 이후 세빌스IM에 4년 동안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자산 위탁운용을 약정하기로 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삼성생명이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되는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데에는 전 사장의 경영방침이 주효했다"며 "전 사장이 지난해 초 취임 이후 당장의 실적 개선보다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우선한 결과가 올해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 즉시연금·당국 제재 여전한 걸림돌

역대급 실적에도 전 사장이 넘어서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4300억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금융당국의 제재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즉시연금 문제는 지난 2017년 6월 한 가입자가 연금액수가 상품 가입 당시 설명을 들었던 최저보장이율에 못 미친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즉시연금은 보험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내면 다음 달부터 연금처럼 보험금이 매달 지급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일반적인 연금과 달리 보험금이 가입 후 빠른 시일 내에 지급되고 10년 이상 가입 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매달 지급하는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 일부를 차감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연금액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파악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4300억원가량으로 전체 보험사의 미지급금 가운데 가장 많다.

현재 삼성생명은 지난 7월 금융소비자연맹이 제기한 즉시연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해 항소한 상태다. 다른 피해자가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는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요양병원 암입원 보험금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입원이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 등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또는 ‘암의 직접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암환자 모임과 분쟁을 겪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징계를 받아들일 경우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감독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아울러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1년간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이미 금융위원회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심 논의를 이유로 삼성카드에 대한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중단한 상황이다.

보험사 다른 관계자는 "실적 호조에도 즉시연금 소송과 당국의 징계는 삼성생명의 큰 걸림돌"이라며 "즉시연금과 당국 제재는 임기 1년여를 남겨둔 전 사장의 연임에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프로필

△1964년 강원 정선 출생
△원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대학원 경영학과(MBA) 졸업
△1986년 삼성생명 입사
△2012년 삼성생명 전무
△2014년 삼성생명 자산PF운용팀장 겸 투자사업부장
△2015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2018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2020년 삼성생명 대표이사